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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을 물었더니] 종우 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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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을 물었더니] 종우 스님은

입력
2005.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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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대개 스승이 내려주는 것이 절집의 관행이다. 스승이 제자의 근기(根機), 즉 능력을 헤아려 정해주는 것이다. 종우 스님은 이런 과정을 밟지 않은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비록 늦은 나이에 먹물 옷을 입었지만 대학시절 불교에 처음 눈을 뜨고 난 뒤 10년 가까이 홀로 경전을 보고 참선을 하면서 나름대로 수행의 길을 걸었다.

생사의 열병을 누구보다 심하게 앓는 동안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 뭣고’ 의 화두를 자연스럽게 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출가한 뒤 스승이 화두를 내리는 전통에 반대했다. 수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틈 만나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스승인 월산 선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너 같이 안 되는 사람은, 그렇다면 공부를 하지 말란 말이냐!” 스승의 벼락 같은 할(喝)이었다. 스승은 제자의 가능성에 내심 흐뭇해 하면서도 하심(下心)을 잃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우정 꾸지람의 방편을 사용한 것이다. 종우 스님은 그렇게 스승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스님은 나이 서른, 발심의 뜻을 세운 지 무려 10년 만에 산문에 몸을 의탁했다. 아직 지혜의 문고리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감추고 있다.

“사람의 뒷모습이란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떠난 뒤에 명료하게 나타난다. 사람은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더 잘 가꿔야 한다. 그런데도 앞모습만 잘 보이려고 한다. 참사람은 뒷모습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스승이 언젠가 법상에서 한 법문이다. 종우 스님은 그렇게 살려고 지금도 가부좌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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