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흑의 계획은 상변에 어깨 짚어온 백△를 크게 공격하면서 국면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려는 것이었지만 좌상귀 쪽에서 잠시 한눈을 파는 바람에 백돌이 모양 좋게 안정해 버려서는 완전히 작전 실패다. 게다가 좌상귀 흑 두 점이 잡히는 수까지 남았으므로 69, 70을 교환한 후 81에 두어야 지켜야 하지만 그러려다 보니 좌변에서 백이 먼저 72에 두어서 흑 한 점을 감싸 안는 것이 꽤 커 보인다.
그래서 좌상귀는 잠시 보류하고 71부터 75까지를 선수해서 일단 응급 처치를 했지만 백도 76, 78을 두어서 흑▲가 달아나지 못 하도록 한 다음 80의 날일자가 좋은 맥점이어서 착실히 실리를 챙기면서 연결하는 자세를 취해서 전혀 불만이 없다.
결국 흑은 81로 다시 손이 돌아 갔고 백이 귀중한 선수를 잡아서 이제 국면의 주도권은 백의 손으로 넘어 왔다. 물론 아직도 바둑판에 빈 곳이 워낙 많으므로 어느 쪽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단언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어쩐지 국면의 흐름은 조금씩 백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좌상귀에서 재미있는 형태가 등장했다. 홍성지가 100으로 젖혔을 때 김진우가 A에 두어 백돌을 따내지 않고 101로 내려 선 것이 나름대로 약간의 꾀를 부린 것. 이 수의 의미는 흑A면 후일 백B와 흑C의 끝내기가 서로 똑같은 권리가 되지만 실전처럼 두면 백B는 둘 수 없고 흑C의 권리만 남게 되므로 흑이 이득이라는 생각이지만 대신 백에게 D의 곳을 단수 한 방 당하는 것이 일단 손해이기 때문에 사실상 별 차이는 없다. 103까지 흑백 간의 경계선이 대충 마무리되었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끝내기 단계에 돌입했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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