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명(明)나라 시대의 대 항해가 쩡허(鄭和) 따라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마젤란으로 추앙받는 쩡허가 해양 원정에 오른 지 600주년인 올해 중국은 다양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미 4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 각국의 해양ㆍ역사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쩡허 국제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7월10일에는 난징(南京)에서 중국 해군 수천여명이 참가하는 성대한 기념행사와 해양 박람ㆍ전시회 등이 열린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쩡허에 대한 특집물을 방영할 계획이다. 특히 쩡허 함대가 출항했던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에서는 당시 사령선 뤼메이마오(綠眉毛)호를 복원한 목제 범선이 해상 실크로드 답사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윈난(雲南)성 쿤양(毘陽) 출신으로 아랍계 귀화인이란 설도 있는 쩡허는 영락제(永樂帝) 때 환관의 장관인 태감(太監)에 발탁됐다.
1405~1433년 영락제의 명을 받아 ‘남해(南海)원정’의 총지휘관으로 7회에 걸쳐 대선단을 이끌고 동남아시아ㆍ인도ㆍ페르시아ㆍ아프리카에 이르는 30여국을 항해했다. 각국 지배자들에게 도자기와 비단을 나눠주며 ‘중국 황제의 시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당시 선단은 50~200여척 규모로 승선인원이 2만~3만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해군장교 출신인 개빈 맨지스는 쩡허가 아메리카 대륙을 크리스토퍼 콜럼부스보다 71년 먼저 발견하고, 남미 대륙 남단의 마젤란해협을 마젤란보다 98년 앞서 통과했다는 새 학설을 담은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이 세계를 주름잡던 위대한 쩡허의 업적과 개혁ㆍ개방 정신을 외교노선과 연결시키고 있다. 쉬쭈위안(徐祖遠) 중국 교통부 부부장은 “쩡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를 지휘하면서 한 치의 땅도 점령하지 않고 타국을 우정으로 대했다”며 “이는 중국의 새 외교 정책인 ‘화평굴기(和平掘起ㆍ평화적으로 우뚝 일어섬)’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때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ㆍ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대신에 ‘화평굴기’를 새 외교노선으로 채택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등은 이를 중국의 새로운 강대국 선언이자 대양 해군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쩡허에 대해서도 그가 보물을 나눠주는 대신 조공을 강요했던 점을 들어 중화(中華)질서 구축의 선봉장이었다고 꼬집는다.
중국에 거세게 부는 ‘쩡허 열풍’ 역시 세계사를 중국 중심으로 재구성하려는 중국 패권주의의 발로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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