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에 관한 감사원 조사문건이 주요 피조사자였던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사전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철도공사 직원이 철도공사 서울사무소에 마련된 현장 조사실에서 마스터키로 캐비닛을 열고 문건디스켓을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감사원 직원의 검찰 진술내용과도 다른 것이어서 거짓해명 논란까지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홍만표 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 자택에 대한 5월 9일 2차 압수수색에서 감사원이 작성한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의 문답서가 발견됐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A4 용지 30여 장 분량의 이 문건은 감사원이 철도공사 서울사무소에 임시 조사실을 마련하고 왕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던 3월 10일께 철도공사 감사실장 최모씨와 감사실 5급 직원이 감사원 직원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빼내 3월 하순경 김 전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 전 차관이 감사원 조사에 앞서 왕씨에 대한 조사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충분히 대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씨 등은 검찰에서 “조사실 책상 위에 감사원 직원이 쓰던 노트북 컴퓨터가 놓여 있었고, 컴퓨터에 디스켓이 그대로 남아있어 이를 복사했다”고 진술했다. 최씨 등은 3월 10일 전후 컴퓨터 본체에 저장된 다른 조사문건도 추가로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문건들이 김 전 차관 뿐 아니라 신광순 당시 철도공사 사장 등 다른 관련자에게도 전달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씨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감사원측이 문건유출을 방조했거나 공모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감사원이 ‘도난사건’이라고 규정한데 대해 “감사원 직원이 조사실 문을 잠궜다는 진술은 했으나, ‘캐비닛’이나 ‘마스터키’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며 “해당 직원이 감사원 자체 조사에서 말을 바꾼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전 차관의 자택에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등의 연락처가 담긴 ‘전화번호리스트’를 확보했다. A4용지에 작성된 이 리스트에는 이 의원과 이 의원의 보좌진, 이 의원의 강원 평창 지구당 사무소 등의 연락처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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