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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프랑스문화원과 몽골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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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칼럼/ 프랑스문화원과 몽골문화원

입력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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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영화ㆍ애니메이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디즈니랜드가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발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디즈니는 오랫동안 어린이의 순수함을 환상적으로 포장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에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의 이데올로기가 암암리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4월 말 프랑스 문화원과 몽골 문화원을 차례로 취재하면서 또 한번 문화의 불평등 구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프랑스 문화원은 다양한 어학 프로그램과 함께 미디어 도서관, 문화 행사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춰 많은 이용자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반면 몽골 문화원은 프랑스 문화원과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양한 문서 자료나 첨단 영상 장비와 같은 시설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에다 문화면에서 보잘 것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작용한 듯하다.

시설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차이는 서구 선진국들이 지배하는 문화 권력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쉬웠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막강한 자본과 미디어를 이용해 문화 소비자들을 수동적으로 고정시킨다. 이 틀 안에 갇힌 소비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을 스스로 거부하며 제3세계 문화가 후진적이고 열등한 것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힌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도 모른 채.

흔히들 금세기는 문화전쟁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문화전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문화 소비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갈망을 잃지 않는 순수함이야말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의 조건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기존의 일방적 구조의 틀을 깨고 문화적 정체성을 획득해야만 한다. 우리가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문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적극적 주체로 거듭날 때 문화적 권리는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의 변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빌딩의 금빛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는 프랑스 문화원과 회색빛 계단을 올라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는 몽골 문화원의 차이가 한없이 크게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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