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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기, 다시 내리막? 일시적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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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기, 다시 내리막? 일시적 침체?

입력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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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경제지표를 종합해볼 때 현 경기국면에 대해선 세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불황터널을 막 벗어나려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는 ‘더블 딥(double dip)’설, 두 번째는 경기회복 국면에서 일시적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설, 그리고 마지막 해석은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며 완만하지만 상승쪽으로 가고 있다는 ‘바닥 다지기’설이다.

◆ 더블 딥

이 때문에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경기가 다시 내리막 비탈길을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율하락으로 중소형 수출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연쇄적으로 내수부진과 고용불안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더블 딥’ 시나리오다.

◆ 바닥 다지기

“4월엔 수출이 6.9% 증가에 그쳤지만 5월 들어선 1~20일까지 16.9% 늘었다”며 “5월 전체로는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5월 수출증가율이 상승하면 산업생산도 4월보다는 나아질 것이고 하반기엔 더 좋아질 테니,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도 마찬가지다. 금의 재수출 부진과 선박인도 시기조정 등 특수요인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4월엔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받은 돈을 본국으로 집중송금(24억 달러)하기 때문에 전체 경상수지에 ‘일시적’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 달부터는 경상수지가 다시 10억 달러 안팎의 흑자기조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산업생산이든, 국제수지든 4월 지표에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으며, 현 경기는 ‘반등을 위한 공고한 바닥다지기’ 국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당국의 시각이다.

◆ 소프트 패치

‘더블 딥’까지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수출은 5월 이후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고 생산·소비·건설 역시 악화보다는 호전징후가 많다는 것.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워낙 나빴던 탓에, 하반기엔 손을 놔도 3~4%의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다는 점도 소프트패치론의 한 배경이다.

소프트패치론은 이번 경기지표 악화의 의미를 ‘바닥 다지기’ 정도로 축소하긴 어렵다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1~2월 펀더멘틀 개선없이 증시활황만으로 경기기대심리가 너무 앞서나갔기 때문에, 4월 이후 증시조정 국면 하에서 경기심리의 위축이 빚어졌고 이는 향후 소비개선을 더디게 함으로써 결국 전체 경기를 일시적 둔화상태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세는 회복쪽이라도 일시적으로 침체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블 딥’ 가능성은 배제하더라도 경기가 ‘소프트 패치’에 빠질지, 아니면 다시 회복탄력을 받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회복속도는 아주 더디고,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 중소기업 사장들 "체감경기 최악"

수도권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P사 K사장은 올 초부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는데도 회사 사정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혼자만 힘든 줄 알고 동종업체 사장들에게 경기전망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업체 사장들이 전한 말은 한결같았다. “좋아진다고 하는데 피부로 느끼는 회복은 언제쯤 될지 모르겠네요. 예감이 별로 안 좋습니다.”

올 초부터 계속돼 온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앞으로 어두운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 가방제조업체인 G산업 K사장은 “공장을 하루 10시간 돌려야 정상인데 5시간만 돌리고 있다”며 “비수기인 여름철이 다가와 휴가비 등 자금수요까지 늘어나는데 부도나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월중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서 6월 중 중소제조업 업황 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9.5로 5월 96.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SHBI는 100을 초과할 경우 지난달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을, 100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소기업들이 장기적인 내수불황 등으로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수주 실적이나 수출 등 실적은 좋지만 원자재값 상승이나 환율하락 등으로 채산성이 오히려 악화하는 대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 기업의 올 1ㆍ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1·4분기보다 20% 감소했고 10대 그룹의 순이익도 지난해에 비해 41% 감소,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올해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업체 모두 1ㆍ4분기 적자로 돌아서 실속이 없는 상태며 삼성전자도 1ㆍ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

기아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85%나 떨어지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1,000만원의 상금을 내건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나섰다.

내수회복의 기준이 되는 유통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은 1~3월 4~6%대 신장하다 4월 2.3%, 5월에는 0.8%로 신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은품 경품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나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곤 산업 전반적으로 체감 경기는 최악”이라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느끼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 韓 부총리 "경제시스템 안바꾸면 일본식 장기불황"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30일 올해 성장률 목표(5%)를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정책당국의 난처한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분기 성장률과 4월 경기를 종합해 볼 때 하반기 경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데, 이것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시인한 것이다.

한 부총리가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 부총리의 이 발언은 물론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등 현 정부의 경제개혁 추진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을 예고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회복을 위해 그동안 동원한 정책수단들이 한계에 처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이날 “다음달 말 하반기 경제전망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대책 중에 추경도 거론되고 있다”며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편성을 검토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투자 정부임대사업(BTL) 가운데 1조원 규모를 연내 집행하기 위해 착공을 앞당기고 20개 대형국책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매 분기마다 1차례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또 영세 자영업자 대책, 벤처 활성화 추가 대책 등을 내달 초부터 잇따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추경예산 편성이 경제성장률에 반영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 또 건설경기 부양은 부동산 투기 위험이, 민간소비 활성화는 신용불량자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등 확실한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당국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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