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분의1 확률(프로골퍼의 경우). 투어 3년 동안 톱10에도 단 한번 진입하지 못했던 ‘무명’ 강지민(25ㆍCJ)을 생애 첫 우승으로 이끈 징검다리는 홀인원의 행운이었다.
3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코닝골프장(파72ㆍ6,06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코닝클래식(총상금 110만달러) 최종라운드 파3 15번홀(125야드). 이전 홀에서 2m를 남겨두고 어이없이 3퍼트를 하면서 버디를 낚아챈 이미나(24)에게 2타차 단독 선두를 내준 강지민은 9번 아이언을 다시 한번 고쳐 잡았다.
그린 앞 쪽에 떨어진 볼은 2차례 튀긴 다음 방향을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 홀에 빨려 들어갔다. 프로 데뷔 이후 첫 홀인원.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환호하는 강지민의 홀인원 세리머니에 주눅이 든 탓인지 4개홀 줄버디쇼를 연출하던 이미나는 1m 버디퍼트를 놓친 뒤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승리의 여신이 강지민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2002년 한국 무대 4관왕 출신인 이미나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17번홀(파4)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로 뛰어오른 이미나는 18번홀(파4)에서 티샷을 나무 밑으로 보내면서 데뷔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려보냈다. 파를 지킨 강지민은 카린 이셰르(프랑스)와의 3타차 열세를 뒤집고 합계 15언더파273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홀인원 만큼이나 벼락 같은 우승이었다. 강지민의 최고 성적은 이달초 미켈롭라이트오픈의 공동 19위. 생애 최저타 기록도 69타에 불과했던 강지민은 3라운드 68타에 이어 이날 66타를 치는 잠재력을 분출했다. 강지민은 우승상금으로 통산 상금(9만 달러)보다 곱절이나 많은 16만5,000달러를 챙겼다. 고교시절 미국으로 골프유학 길을 떠난 뒤 아마추어 7승의 화려한 명성을 쌓은 강지민.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조건부 출전권자로 2부 투어 등을 전전했던 강지민은 이번 챔프 등극으로 새로운 골프인생의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게 됐다. 한국 선수로는 시즌 첫 승의 낭보까지 전한 강지민은 “우승의 순간이 조만간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무너뜨린 독감도 또 다른 행운이었다. 경기 내내 휴지로 콧물을 훔치느라 악천고투를 벌인 소렌스탐은 3타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이미나와 함께 공동 준우승(13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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