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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영업 구조조정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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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자영업 구조조정 신중히

입력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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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정부의 영세자영업 정책의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숙박, 도소매, 택시화물, 봉재 등 4개 업종의 구조 조정 추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이 선보일 것이다. 재래시장을 전문화하고 택시업도 브랜드화하고 봉재업계의 노후 설비를 폐기하는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퇴출 자영업자에게 전직 교육이나 훈련비 보조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력 과잉과 낮은 생산성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자영업은 당연히 구조 조정 대상이다. 활발한 자영업 창업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빈곤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당은 인구 79명당 하나이고, 택시는 인구 200명당 하나일 정도로 많다. 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매업체 65만개 중 약 4분의 1인 17만개가 한계 업체로 공급 과잉 상태이며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의 비중은 31.5%로 그 규모는 240만 명을 넘는다.

-사회안전망 기능까지 담당

주요 선진국의 자영업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30%를 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은 단순히 경제 발전 단계상의 차이에 기인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50년대에 자영업 비중이 10% 수준이었다. 자영업의 가족기반적 성격, 과세 체계와 관련된 자영업 인센티브 구조, 창업과 관련된 사회적 규제나 국가 정책, 미흡한 사회보장체계에 따른 고연령층의 자영업 진출ㆍ잔류 등이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을 설명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자영업에 대한 소득 파악이 미흡하고 이에 따라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가 자영업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균형 이상의 자영업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소득 보장 체계가 미흡해서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이나 공기업 부문에서 떨어져 나온 고연령층의 자영업 진입도 자영업 과잉의 한 원인일 것이다. 이를 정책적으로 유도한 것도 당시에는 유력한 실업 대책이었지만 이제는 자영업 과잉을 부추긴 정책 실패 사례로 간주된다.

그러나 자영업 구조 조정은 그 시급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대기업ㆍ공기업의 구조 조정과 달리 쉽지 않을 것이다. 자영업의 규모 자체가 대단히 크고 구조 조정에 따른 부담을 감당할 사회안전망 체계 역시 크게 미흡하며 정책만 가지고 다루기 힘든 사회문화적이고 제도적인 요인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영업 구조 조정 정책의 방향은 단순할 수 있다. 자영업 부문이 분명히 과잉이라고 판단되면, ‘묻지마 창업’을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자영업을 퇴출시키고 일단 진입한 자영업에서는 선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선택과 집중의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의 중소기업 정책에서 보듯이 선택과 집중 없이 나열적이고 병렬적인 무수한 정책의 산발적 집행은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예산을 낭비하며 정책의존형 한계 중소기업이 지속되는 문제들을 초래하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배제와 소외를 동반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영세 자영업은 하나의 산업이나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하고 있다. 물론 자영업의 사회안전망적 성격을 줄여나가고 다른 형태의 사회안전망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기 힘들다.

-연착륙 유도 정책 지혜를

결국 자영업 정책의 문제는 선택과 집중의 구조 조정 정책과 연대의 원리에 기초한 사회정책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자영업 구조 조정의 연착륙을 이루어내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중소기업 정책의 오류를 재탕하지 않으면서도 구조 조정의 부담을 사회정책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정책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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