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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조카의 국적 이탈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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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조카의 국적 이탈 신고

입력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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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을 찾아 간 조카가 여동생한테 장거리 전화를 걸었다. “엄마, 본적이 뭐야?” “어~ 본적은 말이야.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지?” 다시 아들이 “엄마, 또 출생지는 뭐야?” 이렇게 한국어 국적 이탈 서류를 받아 든 아들이 휴대폰을 붙들고 계속 엄마에게 물었다. 조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족이민을 왔다.

영어 때문에 고생하며 공부해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7살 때 조금 하던 한국어는 다 잊어버렸다. 다행히 대학에서 한국어 기초과목을 신청해서 더듬거리며 겨우 읽는 정도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고의적으로 군대를 안 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조카 같은 착한 이민자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어 답답하다. 그 똑똑한 정치인들은 합리적인 법을 왜 그렇게도 못 만드는가?

군대에 가면 강훈련을 시킨답시고 무조건 두들겨 팬다고 한다. 최근에는 똥물까지 먹이는 기막힌 사건까지 일어났다. 먼저 자랑스러운 사나이로 자부심을 키우는 군대의 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까?

여기 살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몇 해 전에서야 나도 시민권을 신청했었다. 사실 외국 교포들 중에는 나처럼 고국에 돌아가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 해외에 나와 고생하여 번 돈을 고국에 가져가 집도 사고 투자하며 살고 싶다. 미국의 각 분야에는 많은 한인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이 한국을 알릴 날도 머지 않았다.

이중국적을 가지면 교포들은 미국은 물론 모국에 이익을 주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부모를 따라 와 살다가 얻게 된 미국 국적이 무슨 죄인가? 원정 출산 온 사람들과 고의로 국적이탈을 한 사람들 때문에 애국자 교포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영어보다 불편해서 한국어를 말하고 쓰지 못하는 1.5세와 2세들도 많다. 그들이 조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치인들이 알았으면 한다. 조카는 어릴 적 사촌들이 보고 싶어 고국에 다녀가고 싶었지만 20여 년 간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다.

공항에서 군대로 잡혀간다는 소문으로 부모는 만류를 해야만 했다. 할 수 없이 국적이탈 신고는 마쳤지만 모국 방문 체류기간이 3개월뿐이라니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답답하다.

최미자ㆍ미국 샌디에이고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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