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80㎏에 달하는 김혜림(이하 모두 가명, 28)씨는 3년 전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방에서 나온 적이 없다. 딸을 방에서 끌어내기 위해 어머니는 지방에 사는 친척에게까지 도움을 청했지만 도무지 소용이 없다.
9년 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박미숙(47)씨도 그 날 이후로 사람이 무서워 방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로 매달 받는 보조금이 생활비의 전부다.
그런가 하면 이태성(36)씨는 군대에서 선임병에게 폭행을 당한 후 탈영했다가 군 교도소를 다녀온 뒤부터 13년째 방에서 운동 기구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4월 13일 한국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보도해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KBS 2TV ‘추적60분’(오후 11시 15분)이 ‘방콕’족에 대한 보고서 2탄을 방송한다. 6월 1일 방송에서 ‘추적60분’ 제작진은 2개월 간 가정 방문과 전화 조사 등을 통해 64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대상을 벌인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은둔 기간은 평균 3.98년이었고 평균 연령은 26.7세에 달했다. 일본의 경우(기간 4년, 연령 27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일본에 비해 한국이 비교적 초기 단계라는 인식과 달리, 이미 한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보여준다.
아울러 전체 은둔형 외톨이중 10대는 전체 은둔형 외톨이 중 9명에 불과한 데 비해 20대는 34명, 30대는 10명에 달해 ‘히키코모리’ 현상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문제라는 일반적 생각과도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은둔형 외톨이 중 부모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전체 33%에 달한 점도 충격적이다. 한편 이들은 자신이 외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부모의 과잉 간섭, 인터넷 게임 중독, 직장 문제 등을 차례로 꼽았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5월 17일 KBS 국제회의실에서 80여 명의 은둔형 외톨이 가족이 참가했던 모임의 내용도 공개한다. 이날 모임에는 은둔형 외톨이 증상에서 탈출한 성공 사례가 발표됐고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여인중 박사의 강의가 곁들여졌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후락 PD는 “조사 결과 은둔형 외톨이중 70% 이상이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은둔형 외톨이’들을 방에서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