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54ㆍ연세대 국문)씨가 소설 ‘광마잡담’(해냄 발행)을 냈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1992년 구속) 이후 13년 만이다. 30일 간담회장에서 만난 그는 비교적 밝았으나, 본인 표현을 빌자면 ‘그 신기한 사건’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듯, 당시와 오늘의 문화 현실을 시종 냉소하고 공박했다.
“소설은 꿈입니다. 실감나는 거짓말이고, 욕망의 대리 배설입니다. 시가 변비 똥이라면 소설은 설사죠.” 9편의 글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 놓은 이번 책 역시, 그가 문학을 통해 일관되게 지향해 온 관능의 판타지로 사소설 형식의 순수 창작물과 전기(傳奇)소설 ‘요재지이’를 패러디한 작품 등이 담겨 있다. “기왕의 제 소설이 묘사에 치중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책은 서사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그만큼 덜 야한 대신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얘기죠.”
그의 관능적 상상력은 이번 소설에서도 거침이 없다. 가령 첫 작품 ‘인어 이야기’는 소설 속 화자 ‘마 교수’가 제주도에 있는 작가 하일지씨의 집필실에 갔다가 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암갈치더라거나, 끝 작품 ‘별은 멀어도’에서는 우주에서 로봇과 섹스를 나누기도 한다는 식이다. 작가는 예의 ‘자발적 천박성’의 문체로 성(性)에 대한 현대인의 위선과 허위 의식을 조롱한다.
‘사라’ 사건 이후에도 그는 여러 권의 에세이집과 비평집을 냈고, 그림 전시회, 신문 연재 등 꽤 분주히 활동해 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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