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을 계기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원회가 자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집행 기구 이상의 힘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들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동북아시대위의 월권 논란에서 비롯됐다. 동북아시대위는 지난해 민간 기업인 행담도개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부 지원 의향서까지 써줘 자문기구의 영역을 벗어났다. 또 지난해 7월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전남 지역에 건설 중인 잠수함통신소 사업을 잠시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도 월권이었다.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있는 12개 국정과제위원회 가운데 동북아위 외에도 정부혁신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등 2~3개 위원회는 집행기구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 정부혁신위는 정부조직개편을 비롯한 국정 전반의 혁신 문제를 다루면서 모든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실제 정부혁신위는 1년 동안에 각 부처 공무원 수백명을 불러서 회의를 하고 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균형발전위도 웬만한 부처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규모의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균형발전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균형발전위와 정부혁신위는 설치 근거 법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위원회들은 자문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직속’이라는 배경에서 나오는 파워는 막강하다. 대다수 위원회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정책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위의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문위원회가 자문에만 충실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 또 청와대 자체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고 감사원이나 국회가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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