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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30년 피웠다 자포자기 말고 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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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30년 피웠다 자포자기 말고 끊으세요”

입력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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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30명의 국민이 담배로 인해 사망합니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4배나 많습니다.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공로상을 받는 ‘금연 전도사’ 박재갑(57)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 원장은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금연운동을 활발히 벌인 공을 인정받아 WHO가 정한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금연공로상을 수상한다.

그의 앞에서 담배를 빼어 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의 주변은 ‘담배 청정지역’이다. 이처럼 열성적으로 금연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원장은 “2000년 3월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조사해보니 암 사망자의 30%가 흡연 때문이었다”며 “국민 건강을 지키려면 금연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금연운동을 벌이지 않으면 국민의 질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전국을 돌면서 ‘담배는 독극물’이라는 주제로 금연 강연을 한다. 그는 “담배는 강력한 발암 물질인 니코틴의 전달매개 물질이므로 독극물 그 자체”라면서 “WHO도 60여 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담배를 마리화나보다 중독성이 강한 독극물로 분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원장은 “담배로 인해 생기는 암의 종류와 해악으로 흔히 페암만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며 “폐는 물론이고 구강, 혀, 식도 등 담배 연기가 지나가는 모든 부위에 직접 암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암물질 덩어리인 니코틴은 피에 녹아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장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매년 신규 암 환자 10만 명의 20%, 암 사망자 6만 명의 30%가 담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 원장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 청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230명을 만나 법안의 필요성을 설득했으며 이 가운데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150명)를 넘는 167명의 찬성 서명을 받았다. 앞으로 50여 명 의원의 동의를 더 얻어 올해 안에 입법을 청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출ㆍ수입ㆍ매매ㆍ소유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이나 5,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담배를 제조ㆍ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나라는 현재 부탄이 유일하다.

얼마 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담뱃값 인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고 발언한 데 대해 그는 “말도 안 된다”며 “국민 생명을 담보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시 ‘세금이 전혀 걷히지 않아도 좋으니 담뱃값을 인상해 흡연율을 줄이자’고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20~30년간 담배를 피워온 사람들이 지금 담배를 끊어야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며 금연하지 않는데, 담배를 끊고 1년이 지나면 돌연 심장마비사 가능성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건강에 큰 효과가 있다”며 장기 흡연한 사람도 금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여성 흡연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큰 걱정이라며 그는 “여성들이 임신 중에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태아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라며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평생 내보낼 난자를 몸에 지니고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 난자가 해를 입어 건강한 아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야 담배가 정력에 결정타라는 것은 다 아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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