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하철을 탔다. 날씨 탓인지 졸면서 앉아 있는 사람이 많다. 일곱 사람이 앉아 있는 긴 의자, 서서 책을 보는 학생들,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고,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사람도 많았다. 밖에는 비가 약간 뿌린다. 출근 시간이 지난 때였기에 차 안은 좀 한산했다. 친구 사이인지 소근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환승역인지 음악소리가 울려나오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나가다가 차 안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다시 들어오려는 시늉을 한다. 서 있는 학생이 얼른 차 바닥에 있는 신발 한 짝을 차 밖으로 던져 준다.
전동차는 계속 달린다. 그 대학생은 다음 역에서 내리고 차는 달려가고 있다. 저 쪽을 쳐다보니 잠자는 사람들은 고개를 옆으로 옆 사람 어깨에 기대고, 그 옆 사람 역시 그 옆 사람에 기대고, 그 줄에 앉은 사람들 모두 다 졸고 있다. 조금 전에 내렸던 그 사람 자리에는 우산 하나가 놓여 있다. 왜 저렇게 다 졸고 있을까? 죽고 나면 긴 잠을 싫도록 잘 것인데.
아니. 그 책상다리하고 졸고 있는 사람. 다리 위에 포갠 발에는 신발이 떨어져 버리고 없다. 그럼 한 짝은 어디 갔나? 그리고 우산은? 이제 감이 잡힌다. 그 사람 일어나면 신발 한 짝이 없을 텐데 아까 그 대학생이 던져 주었던 신발 한 짝! 그 사람이 손짓하던 것은 우산을 두고 내렸다는 신호인데 학생은 아래에 있는 신발 한 짝 얼른 던져 주고 우산은 생각지도 않고….
나도 모르겠다. 그 사람 일어나면 신발 찾느라 난리일 텐데 우산은 선반 위에 놓여 있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위에다 올려둔다. 내가 내릴 역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 그 신발은 여러 사람의 발길에 차여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겠지.
집에 돌아와서 이런 이야기하고 한바탕 웃었는데 지하철에서 신발 벗는 습관 조심해야지. 웃지도 울지도 못할 한 토막 이야기.
http://blog.daum.net/spring11u/161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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