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가 있으면 휘둘러보고 싶듯이, 눈앞에 있으면 한번쯤 휘둘러보고 싶은 것이 권력인가?
처음 몇 번은 망설여보다가 한번 휘두르고 보니 그 느낌이 요술이라,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없는데, 돈은 이렇게 버는 것이요,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사는 것이라, 세상 모두가 바보처럼 느껴지니, 왜 내가 진즉 이를 몰랐던가, 법을 하나 고치는데 한쪽 눈만 감아 줘도 수억 원이요, 심지어 높은 사람에게 소개만 시켜 줘도 평생 먹고 살 돈이 나오지 않는가?
세상에서 불쌍한 것은 개미요 꿀벌이라, 땅 굴을 파서 무얼 할 것이며, 꿀은 모아서 어디에 쓴단 말인가?
이런저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다 긁어 모아 종이 위에 수북이 쌓아 놓고, 이리 맞추고 저리 조립하여 회의할 때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순식간에 환상이 사실로 둔갑하고 거창한 정책으로 탈바꿈하니, 이것이야말로 스트라이크가 아니면 만루 홈런이라, 이것이 세상 사는 이치 아닌가?
정치야 S자를 그리든 J자를 그리든 무슨 상관인가? 인생은 언제 봐도 X 자인 것을. 아니 X 프로젝트이던가? 서로의 욕망과 이해가 교차하면서 종국에는 그것이 Y로 문어발처럼 다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Z처럼 뒤틀리기도 하면서 끝나버리는 것을.
서울의 콘크리트 사막을 적실 청계천은 이름처럼 맑아야 하겠지만, 그것을 설계한 마음이야 3급수면 어떠하리? 맑은 물 대신 석유가 흐르면 더욱 좋아할 세상이거늘.
옛날에는 불명예나 죄를 지어 죽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바보로 죽는 것을 더 두려워하지 않는가? 장 보들리야르, 당신의 말이 맞다. 나는 그런 바보가 되기는 싫었던 것이다.
제노파네스가 한 말이 내 가슴을 찌른다. “고백하건대 나는 세상에서 제일 겁쟁이, 감히 나쁜 짓을 할 수 없기에.” 나는 그런 겁쟁이는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겁 없이 해 냈고, 이제는 겁에 질려 온 나라가 들여다보는 유리 감옥 속에 갇혔는가? 마루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의 설교를 들으면서.
그래도 아쉽구나! 거짓말은 알코올 같아서 잠자고 나면 멀쩡하게 회복되는데. 믿지 않는 사람이 먼저 믿은 사람을 가리켜 거짓말쟁이라 하지 않는가? 그럼 선거공약을 깔고 앉은 정치인들은 어찌 되는가? 하지만 나는 다 인정하고 말았다. 오늘로서 거짓말 같은 젊음의 꽃은 시들고 이제는 진리 속에 여위어 죽겠노라고.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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