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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국회 1년 전문가 평가/ "요란한 출발에 비해 성과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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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국회 1년 전문가 평가/ "요란한 출발에 비해 성과 적어"

입력
2005.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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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시민단체는 17대 국회 1년에 대해 권위주의적 보스정치 타파 등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17대 국회가 구태와의 단절과 차별성을 내세우며 출발했지만 입법 성과, 국회운영 시스템, 개혁 과제 실천 등에 있어서 요란하게 떠든 것에 비해 성과가 적었다는 지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과거 한 사람의 총재에 의존하는 획일적 위계질서가 약화하면서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변화가 있지 않았고 앞으로도 의미 있는 개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도 “지역적인 이해를 떠나 국가전체의 공익과 미래 비전에 대한 정책 국회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비전을 정책화하는 것은 아직도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고 개혁적인 인사들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망 속에 과반이 훨씬 넘는 187명의 초선들이 입성했지만 이들의 활동이 의욕만큼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평이다. 초선들이 전문성과 경험의 부족 때문에 초기의 신선한 모습을 지키지 못하고 급속히 기존 정당질서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17대 국회가 신인 정치인들의 학습기관으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나왔다.

경실련 상임집행위 부위원장인 송병록 경희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초선들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소신 의정 활동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주류를 형성하지 못하고 과거의 구태에 함몰됐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 눈치보기, 책임전가로 일관해 16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가보안법 처리를 둘러싼 국회 파행에서 보듯 이념과 명분 다툼으로 정치의 비효율이 심화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았다.

경실련 윤순철 정책실장은 “진보냐 보수냐 등의 문제로 명분에만 집착하고 민생 법안에는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 실제 법안 내용보다도 법 통과 여부에만 의의를 두는 것으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17대 국회에서 최악에 가까운 파행과 몸싸움이 거듭된 것은 민주적으로 결과를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의욕만 앞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과거보다 의원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지고, 공청회 정책자료집 발간 등 일하는 국회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점수를 받았다.

참여연대 이지현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초선과 여성 의원, 진보정당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법안 발의가 양적으로 늘어난 부분 등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sooyang@hk.co.kr

■ 달라진 풍속도

초선과 여성 의원들의 대거 입성, 평균연령 51세로 한층 젊어진 의원들…. 17대 국회의 시작은 이것만으로도 변화의 기대감을 안기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개원 1년이 지난 지금의 풍경도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고 있을까.

17대 국회의 큰 특징은 전체 의원 3분의2가량인 187명이 초선이란 점. 의총장에서 지도부 방침에 대드는 의욕에 넘친 초선들을 여야 가리지 않고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계보정치의 종말과 괘를 같이 하면서 당론보다 소신에 따른 한 표 행사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40명의 여성 의원들도 13% 이상의 ‘우먼파워’를 보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4대입법 대치 와중에 여성 의원들이 방패로 이용되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있었다.

‘권위주의 타파’는 개원 당시의 모토였다. 차량과 복장에서 형식파괴가 이뤄지고 실용이 대세로 자리잡는 듯 했다. 의원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어지고 본회의장의 한문명패는 한글로 많이 교체됐다. 손수 운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의원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개원초기 다짐을 떠올려보면 별반 바뀐 것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 차량만 해도 개원 초, 소ㆍ중형차, 밴이 많았는데 어느 새 검은색 대형차 위주로 돌아갔다. 다만 지난해 10월 첫 국감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감 기관의 식사 대접을 마다했고 저마다 정책 위주로 승부하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17대 국회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짠돌이’ 의원이 많았다. 국회 구내식당에서 의원 보기가 어렵지 않았고, 의원들간 더치패이도 다반사였다. 지방 출신 의원의 경우 원룸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더러는 친척집에 얹혀 살기도 한다. 이들은 “바뀐 정치자금법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 2월 재산변동 내역 공개 결과 100명중 68명 꼴로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엄살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다.

후원회 안내 포스터로 빽빽하던 국회 내 게시판은 세미나, 공청회 안내로 채워지고 있다. 후원회가 금지되고 대신 각종 연구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일견 좋은 현상으로 보이지만 대폭 늘어난 지원 예산을 챙기려는 속내라는 지적도 있다.

의원발의 법안은 유례없이 많았다. 개원 후 1,325건으로 16대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를 넘는다. 하지만 본회의 통과는 고작 14%에 그쳐 “실속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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