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연구관이 지난 달 첫 시집을 출간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더구나 이미 2권의 시집을 출간한 송인준 재판관의 직속 연구관이어서 ‘시인 재판부’가 탄생한 셈이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황치연(44) 연구관은 올 봄 ‘월간 문학세계’ 공모전에 출품한 5편의 시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4월에는 ‘혁명가들에게 고함’이라는 시집을 냈다. 시집에는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소나무’ ‘라인강은 흐르고 있었다’ ‘슬픈 고백’ ‘설국(雪國)’을 비롯해 대학 시절부터 틈틈이 써 놓은 57편을 실었다.
언뜻 주류 법조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혁명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황 연구관은 시집 서문에서 “일상 생활 속에서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타성에서 조금만 달리 생각하는 자가 바로 혁명가”라고 정의하면서 “보잘 것 없는 우리 모두가 혁명가가 될 수 있다”는 주장했다.
필명인 황두승(黃斗升)의 의미를 알고 나면 혁명가를 제목에 내세운 것이 우연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였던 전북 고부가 고향인 그는 고향의 산 이름(두승ㆍ斗升)을 따서 ‘한 말 한 되는 보잘 것 없지만 이것 없이는 두 말 두 되는 물론 그 이상의 모든 것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필명을 지었다는 것이다.
송 재판관은 시집에 축사를 써주며 “맑고 투명한 시적 영혼을 가지고 덤불 가득한 세속에서 건져올린 반짝이는 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 연구관은 시집과 함께 헌법 관련 논문집, 헌법서 등도 함께 출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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