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우측 흑 세력을 어떻게 삭감하려나 궁금했는데 홍성지는 우상귀 삼삼에 침입하는 가장 간명한 방법을 택했다. 역시 실리파 다운 발상이다. 이 때 흑이 어느 쪽을 막느냐가 어려운데 일단 29 쪽을 막은 것은 옳은 방향이다. 아무래도 상변보다는 우변 쪽이 집짓기가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9까지의 진행은 물론 흑이 두텁기는 하지만 백이 너무 편하게, 그것도 선수로 안에서 짭짤하게 실리를 챙기며 살아 버려서 어쩐지 흑이 약간 당한 듯한 느낌이다. 국 후 검토 때 33이 너무 고지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보다는 참고 1도 1로 먼저 두점머리를 두드린 다음 3으로 이단 젖히는 변화가 더 나았다는 것. 9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흑은 이 결과가 실전보다 집으로도 이득이고 두터움 면에서도 훨씬 낫다.
선수로 귀를 파낸 홍성지가 이번에는 40으로 비스듬히 날아 들어서 흑의 응수를 물었다. 이 때 흑도 고민이다. 이 장면에서 가장 알기 쉬운 응수는 참고 2도 1로 받아서 실리를 지키는 것이지만 2, 4를 당해서 흑 세력이 납작해진다. 이것은 흑이 견딜 수 없다. 김진우가 고심 끝에 선택한 착점은 41로 씌우는 것. 백을 안에서 살려 주는 대신 기왕에 상변 쪽에 쌓아 놓은 흑 세력을 최대한 키워 나가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우중앙 흑 세력이 과연 얼마나 집으로 굳어질 수 있을 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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