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 이자보다 수익이 훨씬 높을 뿐더러 3∼6개월 단위로 배당까지 지급하기 때문이다. 29일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이 통과된 뒤 출시된 부동산펀드의 경우 당초 제시한 연간 수익률 6~7%대를 유지하면서 이미 많으면 2차례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 안정적 배당으로 수탁액 급증
한투운용이 지난해 6월 내놓은 ‘부자아빠 하늘채 부동산 1호’는 6개월 후인 지난해 12월에 3.85%를 배당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은행 이자의 2배인 7.7% 수준이다. 같은 해 9월 선보인 ‘부자아빠 베네하임 부동산 3호’도 6개월 만에 3.82%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8월 설정된 KTB자산운용의 ‘파주신도시 부동산1호’는 올해 2월에 3.9%를 배당했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1호는 지난해 8월 설정된 뒤 3개월마다 배당을 실시, 두 차례의 배당수익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8.0%가 넘는다.
이렇게 부동산펀드가 높은 수익률로 이익금을 꾸준히 배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엔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증권사 등 판매사에는 새 부동산펀드가 출시될 때마다 물량 확보를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실정이다. 덕분에 국내 부동산펀드 수탁액은 올해 들어서만 6,000억원이 늘어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특별자산펀드까지 합치면 2조원이 넘는다.
◆ 부동산펀드의 종류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의 경우 상품마다 수익률은 달라도 운용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반면 부동산펀드는 운용 방식 자체가 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사전에 펀드의 특성을 꼼꼼히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앞서 언급한대로 일정 기간마다 연 6~7%대 수익률로 배당을 하는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개발 대출형(Project Financing : PF)’ 상품이다. 이는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등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펀드에서 대출형식으로 빌려주고 미리 정한 대출금리를 받아 다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배당하는 편으로 현재 부동산펀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무용 빌딩 등을 직접 사서 임대해 수익을 얻거나 다시 되팔면서 시세차익을 올려 배당하는 수익성 부동산형 펀드도 있다. 또 법원경매나 공매에 참가해 우량 부동산을 낙찰 받은 후 임대 및 매각차익을 거둬 수익을 올리는 경매펀드, 해외부동산이나 리츠 등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형 부동산펀드 등이 있다.
이 중 경매펀드의 경우 연초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지만, 투자 대상이 미리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부터 모으는 방식이라 개발 대출형에 비해 수익률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 투자형 부동산펀드는 수시로 일정 금액만 모집하는 일반 부동산펀드와 달리 주식형 펀드처럼 언제나 가입과 해지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 가입 때 주의할 점
부동산펀드에 가입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자산운용사가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높은 이자를 무는 부동산펀드보다는 우선 저리의 은행 자금을 선호한다. 대출심사가 엄격한 은행을 이용하기 여의치 않을 경우 부동산펀드를 이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출 상환 위험이 이미 높아져 있는 셈이다.
부동산펀드 출시 후 처음 조기 청산절차를 밟게 된 ‘KB 웰리안 부동산투자신탁3호’(설정액 817억원)는 부동산펀드에 내재된 위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다. 이 펀드는 충남 아산지역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시행사인 E사가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한 달 만에 청산하게 됐다. 그런데 이 펀드는 이달 17일까지 땅 소유권 확보 등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위약금 30억원을 시행사 측에서 받기로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 달 만에 원금의 3% 이상 수익을 올리게 됐다.
둘째, 현금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묶이게 된다는 점이다.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거래소 상장 등을 통해 환금성을 부여하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일단 그 기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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