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과 여성 의원들의 대거 입성, 평균연령 51세로 한층 젊어진 의원들…. 17대 국회의 시작은 이것만으로도 변화의 기대감을 안기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개원 1년이 지난 지금의 풍경도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고 있을까.
17대 국회의 큰 특징은 전체 의원 3분의2가량인 187명이 초선이란 점. 의총장에서 지도부 방침에 대드는 의욕에 넘친 초선들을 여야 가리지 않고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계보정치의 종말과 괘를 같이 하면서 당론보다 소신에 따른 한 표 행사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40명의 여성 의원들도 13% 이상의 ‘우먼파워’를 보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4대입법 대치 와중에 여성 의원들이 방패로 이용되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있었다.
‘권위주의 타파’는 개원 당시의 모토였다. 차량과 복장에서 형식파괴가 이뤄지고 실용이 대세로 자리잡는 듯 했다. 의원전용 엘리베이터가 없어지고 본회의장의 한문명패는 한글로 많이 교체됐다. 손수 운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의원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개원초기 다짐을 떠올려보면 별반 바뀐 것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 차량만 해도 개원 초, 소ㆍ중형차, 밴이 많았는데 어느 새 검은색 대형차 위주로 돌아갔다. 다만 지난해 10월 첫 국감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감 기관의 식사 대접을 마다했고 저마다 정책 위주로 승부하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17대 국회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짠돌이’ 의원이 많았다. 국회 구내식당에서 의원 보기가 어렵지 않았고, 의원들간 더치패이도 다반사였다. 지방 출신 의원의 경우 원룸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더러는 친척집에 얹혀 살기도 한다. 이들은 “바뀐 정치자금법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 2월 재산변동 내역 공개 결과 100명중 68명 꼴로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나 “엄살 아니냐”는 눈총도 받았다.
후원회 안내 포스터로 빽빽하던 국회 내 게시판은 세미나, 공청회 안내로 채워지고 있다. 후원회가 금지되고 대신 각종 연구단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일견 좋은 현상으로 보이지만 대폭 늘어난 지원 예산을 챙기려는 속내라는 지적도 있다.
의원발의 법안은 유례없이 많았다. 개원 후 1,325건으로 16대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를 넘는다. 하지만 본회의 통과는 고작 14%에 그쳐 “실속 없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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