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 주말 ‘재경부가 망하는 시나리오’라는 도발적 주제로 간부혁신워크숍을 열었다. ‘모피아’라는 특권적 별칭으로 불리며 최고의 관료조직을 자부해온 집단이 내부 시스템과 구성원의 의식에서 대외적 신뢰도 및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자아비판 행사를 가진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지만 거기서 나온 얘기도 무척 흥미롭다.
우선 ‘망한다’의 뜻을 ‘정책실기로 국민신뢰가 떨어지고 경제종합부처로서의 조정기능을 상실해 결국 타 기관이나 부처로 흡수되거나 해체된다’로 정의한 뒤 가장 확실하고 신속하게 망하는 길로 경기상황 진단 실패, 정책 일관성 부재, 뒷북 정책, 인기영합 선심 정책, 정보독점주의 등을 꼽았다.
시장ㆍ여론ㆍ언론의 의견을 외면하는 우월의식, 정치외풍에 속수무책인 보신주의 등도 거침없이 지적됐다.
이 자리에서 삼성경제연구소는 ‘재경부, 지금 어떤 모습인가’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전문성 신뢰성 청렴도 친근성 등 4개 분야의 조사에서 내부직원들(415명)은 평균 66점이라고 자평했으나 타부처 공무원 및 금융회사 임직원들(2025명)은 44점을 줬을 뿐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하고 정책만족도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한다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어떤 바람이 불어 이 같은 워크숍을 기획했는지는 모르나 사실 최근의 경기상황과 진단, 대책과 처방을 보면 컨트롤타워로서의 재경부가 있기나 한지 의문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언제는 시장 합리화 차원에서 양도세 실가과세를 강행하고 추경편성 없이도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하더니 이젠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세율을 조정하고 추경편성도 적극 고려한다고 한다. 워크숍이 진정 감동적이었다면 오늘부터 당장 ‘모피아’의 자부심에 맞는 근성과 능력을 발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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