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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계의 큰 별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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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계의 큰 별을 추모하며

입력
2005.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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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우거진 5월입니다. 잎사귀는 바람에 몸을 뒤척여 빛을 뿌리고 싱그러운 나무는 높게 높게 솟아오릅니다. 시간의 주름 사이로, 떠나가신 한국과학기술계의 거목이며 큰 별이셨던 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 온 수많은 문학가나 정치가, 사상가를 제치고 20세기가 저물어가던 1999년 말 ‘타임’지는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선정했습니다. 29일이 되면 아인슈타인 박사 못지않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공적을 남기신 고(故) 최형섭 박사님의 1주기를 맞이합니다.

박사님께서는 한국 과학기술 혁명기의 개척자로서 정책을 수립하신 동시에 연구개발 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창립, 초대 소장을 맡으셨고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두루 역임하시면서 평생 헌신하셨습니다.

박사님의 공적이 더욱 빛나는 것은 활력 넘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신념으로 불모지를 옥토로 바꾸어 놓으시고 오늘날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건 과학 기술이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것이 이공계 교육’이라는 사실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세계 산업의 구조가 크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산업간 경쟁에서 요구되던 조립기술보다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가 부가가치를 독점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열정과 신념을 두루 갖추신 최형섭 박사님! 박사님의 1주기를 맞이하는 오늘 따라 마음이 슬픕니다. 유능한 과학기술자를 육성하는 길만이 국가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라고 그토록 외치시던 말씀을 그간 잊고 있었다는 회한 탓일까요?

박사님께서 과학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풍토를 이룩해 놓은 업적이 하도 크고 깊어 이토록 가슴 저리는 것은 아닐까요? 강한 장수 밑에 약한 졸병이 없듯이 마음을 다해 뒤를 따르며 그 우렁차신 음성을 듣겠습니다.

존경하는 박사님!

지금쯤 그리운 음성과 빛나는 눈빛 그대로 성큼성큼 꽃핀 강둑을 걷고 계시겠지요. 이따금 뒤를 돌아보시며 매운 인자(仁慈)로 비를 뿌리시겠지요. 부디 꽃 핀 5월에 나날이 새롭고 평안하소서.

이원 경희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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