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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생가능에너지 일등국을

입력
2005.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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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배럴당 10달러 선을 유지하던 유가가 지난해 57달러를 돌파한 뒤 현재 5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는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

석유정점론자들의 주장대로 세계 석유생산이 몇 년 안에 정점에 달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에너지수입액의 76%가량을 석유수입에 쓰면서 1차 에너지의 47.6%, 최종에너지의 58.6%를 석유로 충당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예삿일이 아니다.

공급이 있다고 해서 에너지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기후변화의 진행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화석연료소비를 줄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데, 이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다.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도 문제다. 총 20기의 원자로를 가동하여 전력의 40.2%를 원자력으로 얻고 있으면서도,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도 마련하지 못한 채 신고리 1ㆍ2호기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더구나 고리ㆍ월성ㆍ울진ㆍ영광 네 곳에 원자력발전소를 집중적으로 입지시켜 사회적 형평성이 훼손되고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늘어나는 에너지소비와 그에 따른 환경ㆍ사회문제의 증가, 이 딜레마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과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수요증가를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당위의 문제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고갈됨 없이 거듭 생산되고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부담이 거의 없으며 시설 입지로 인한 사회갈등을 별로 유발하지 않으면서 산업적 성장잠재력이 지대하다. 선진국에서는 정책적 지원이 있을 때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됨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2011년까지 1차 에너지의 5%, 전력의 7%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이 힘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적어도 50년 정도의 정책시계를 가지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2011년까지 9조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계획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규모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 국내 원자력연구 개발지원과 비교해도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 문제는 필요 경비의 조달 방법이다. 비용부담자인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기에 일반 시민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해 비용부담을 나누도록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시장확산정책도 기본적인 방향은 적절하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신축 공공시설 신(新)재생에너지 이용의무화 제도의 경우 현장설치를 통한 교육적 효과가 가장 큰 교육시설이 의무대상기관에서 제외된 것이나, 전력망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외지에 위치하는 군사시설이 의무화대상시설에서 제외된 것은 문제다.

이런 시설의 경우 건축비의 5%라는 설치규정이 부담스럽다면, 의무설치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한다거나 직접 설치가 곤란한 교육시설의 경우에는 임대를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에너지 소비규모 세계 10위, 석유소비규모 세계 6위, 전력소비규모 세계 8위, 원자력 시설용량 세계 6위, 원전발전량 비중 세계 4위. 이는 우리나라가 에너지분야에서 보유한 기록이다. 이런 20세기적 기록을 뒤로 하고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기록을 보유하는 건 어떨까?

윤순진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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