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山脈)은 일제 잔재로 ‘대간(大幹)’ ‘정간(正幹)’ ‘정맥(正脈)’이라고 해야 합니다.”
국토지리정보원 배우리(66) 중앙지명위원(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최근 ‘백두대간’이라는 논문에서 “우리 조상들은 산맥이 아니라 산줄기ㆍ지맥(地脈)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일제 때부터 ‘∼산맥’이란 이름이 우리말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에 따르면 조선 시대 문헌에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각각 1개의 대간(大幹)과 정간(正幹),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해안ㆍ서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 정간이라 했고,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지은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했다. 그는 “조선 초 우리 지도에는 산이 분수령으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원리가 반영돼 왔는데 ‘∼산맥’ 식으로 표시된 일본식 지도에는 산줄기가 강과 하천을 그냥 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문에서 10여년 전 한강 탐사 경험도 소개하면서 “한강(남한강) 본류를 따라 뗏목 탐사를 한 결과 물은 산줄기를 넘지 않는다는 상식에도 한강이 지도상에 보면 큰 산맥을 2개나 넘는 등 모순 투성이었다”고 밝혔다. 배 위원은 북한의 경우 지리 용어로 산맥 대신 ‘산줄기’란 말을 사용하며 북한 지도에는 ‘∼산맥’식의 이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배 위원은 “광복 6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일제 잔재의 이름을 이 땅에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지명 정비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