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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방송-통신 우물안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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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방송-통신 우물안 싸움

입력
2005.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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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퀄컴이라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덕택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기술 하나만 가지고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되었다. 이 기술은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적인 부품이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대중화한 요즘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휴대전화 한 대가 팔릴 때마다 5% 정도의 로열티를 받고 있으니 우리가 50만원을 주고 휴대폰을 산다면 2만5,000원은 이 회사로 들어가는 셈이다. 실제로 1995년부터 한국에서만 무려 2조 정도의 로열티를 거두어 갔다.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국내 시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한국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거의 비슷한 차세대 휴대방송인 미디어플로라는 사업이다.

이미 미국의 주요방송국과 제작사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르면 내년쯤에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미국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휴대방송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시장 선점 경쟁 치열한데…

이렇듯 급박하게 돌아가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론 한국사회는 그동안 나름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신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21세기형 산업혁명을 이끌어왔다. 그 덕택에 국민들은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부재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지출한 경우도 있고, 집단간의 이해충돌로 인해 국민들이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 사례도 많다.

매월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위성방송이 그렇고, 이미 권력집단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로 비춰지고 있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한 논의과정 역시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보다는 정치논리로 풀어갈 개연성 높은 경우이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만 해도 그렇다. 휴대전화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방송 콘텐츠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들은 많은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위성과 지상파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 하에서 위성 분야는 본 방송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설익어 있고, 지상파는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안정적인 재원확보에 대한 어려움으로 곳곳에서 회의론이 나온다.

특히 방송위원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지상파방송 재전송 문제가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방송3사의 담합으로 유보되어 위성DMB는 현재 반쪽짜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물론 방송계의 위기의식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누구나 동의하듯이 방송통신 융합의 시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므로 방송과 통신이 힘겨루기나 밥그릇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호간의 특성과 장점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서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당사자 눈앞 이익에 급급

이미 퀄컴은 우리의 코 앞에 와서 국내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밥이 제대로 되기도 전에 자칫 밥상을 송두리째 뺏길 위기인 것이다.

문제는 눈앞의 밥에만 신경쓸 뿐 밥상이 어떻게 차려질 지에는 관심없어 보이는 이해 당사자들의 안이한 모습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좀더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잠재적 시장을 미리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영화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품만 좋으면 국민들은 극장을 찾고 국내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소비해 준다. 그러나 지금의 방송사처럼 안정된 과점적 시장구조에서 기존의 밥그릇만을 고수하려 든다면 철저하게 외면당할 것이다. 시장은 냉정하고 국민들 역시 양질의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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