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기자본의 자산 빼돌리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인수ㆍ합병(M&A)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어 두 회사의 합병을 인가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금융기관간 합병이 감독당국에 의해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위는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을 합병한 후 영업을 확대하고 투자은행 업무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아 대규모 흑자를 내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 인수대금과 구조조정비용, 주식매수청구대금 등 1,494억원을 지급하려면 합병 후 현금화가 가능한 브릿지증권의 자산(총 1,561억원)을 거의 대부분 처분해야 하므로, 결국 합병회사는 껍데기만 남게 돼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감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브릿지증권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떠나려던 대주주인 영국계펀드 BIH의 시도는 무산됐으며, 금명간 브릿지증권에 대한 청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BIH는 2월 브릿지증권을 1,310억원에 매각키로 하면서, 대금은 합병 후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의 현금성 자산을 팔아 받는 ‘후불제 외상인수(LBO)’ 방식을 택했다.
BIH는 LBO가 선진금융기법이라고 밝혔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선 “유상감자와 사옥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온 BIH가 이번엔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들어 사실상 자산을 빼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번 금감위 결정을 놓고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금감위는 “합병 불허 결정은 향후 경영전망 등 법적 요건에 따른 것이지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외국자본측이 “정상적 금융기법에 의한 M&A를 불허한 것은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이라고 역공세를 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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