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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상대성이론, 그 후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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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상대성이론, 그 후 100년

입력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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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완 등 지음궁리 발행ㆍ1만원

1905년 6월 스위스 특허국 기사였던 무명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연보’에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교수들로부터 “엉뚱한 발상”이라는 이유로 학위수여를 거부당했던 이 논문은 훗날 특수상대성이론으로 불리며 200년 동안 철옹성을 구축해온 뉴턴역학을 무너뜨리면서 시공간에 대한 기존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E=mcº 방정식으로 요약되는 상대성이론이 세상의 빛을 본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고, 인류문명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아인슈타인이 눈을 감은지는 50년이 됐다. 유엔이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로 정해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기리는데 발 맞춰 이 천재 과학자의 일생과 이론을 소개한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휴대폰 카메라의 촬영기능을 담당하는 화소(畵素)는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광전효과를 응용한 것이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는, 실생활에 드리워진 아인슈타인의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등 15명이 묶어낸 ‘상대성이론, 그 후 100년’은 이런 아쉬움을 풀어주는 책이다. 물리학자 뿐 아니라 건축평론가 영화평론가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써낸 글들은 아인슈타인이 과학의 테두리를 넘어서 인류 문화와 생활 전반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폭 넓게 들여다본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전반부는 아인슈타인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상대성이론의 내용과 의미를 되짚는다.

1879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적 물리학자에 다다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장난감으로 준 나침반을 보고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법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된 얘기, 뛰어난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지낸 학창시절, 독일제국의 몰락과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을 목도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회운동에 뛰어드는 모습, 핵무기를 반대하다가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힌 말년 등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하나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대성이론을 쉽게 요약 정리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질량과 에너지는 서로 직접 연관된 물리량이며, 둘 중 하나가 보존된다는 것은 다른 하나가 같이 보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으로, 딱딱한 과학적 정의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하고있다.

특히 상대성이론이 철학 미술 문학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을 다룬 후반부는 일반인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다. 예를 들자면 오스트리아 철학자 에른스트 마흐의 저서 ‘역학의 발전-그 역사적ㆍ비판적 고찰’이 상대성이론 탄생에 자양분을 제공했고, 반대로 상대성이론이 논리경험주의의 기본사상에 영향을 주준 경우다. 또 공간과 시간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4차원세계는 비디오 아트, 디지털 아트 등 전위적인 현대미술의 토대 역할을 했으며.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급진적인 현대음악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책은 상대성이론이 SF문학과 영화의 지평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건축에 있어 공간배치의 파격을 이끌어냈다고도 말한다.

각 분야의 생소한 전문 용어들을 상자로 묶어서 따로 자세히 설명해 여러 계층의 독자들이 상대성이론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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