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잠실 LG전에서 9회초 투런홈런으로 기적 같은 역전드라마를 연출한 최준석은 몸집은 분명히 거구이나 거포라고 말할 수 없다. 그가 올 시즌 때려낸 홈런은 4개에 불과해 이대호나 펠로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장타율에서도 4할로 이대호(5할6푼1리), 펠로우(6할3푼4리), 라이온(4할3푼5리)에 비쳐 처진다. 거구(키 185㎝, 몸무게 107㎏)인 그가 홈런이나 장타율이 처지는 것은 타격의 세기가 다소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대만용병’이란 별명처럼 둥글둥글한 인상과 성격도 슬러거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잠실에서만큼은 거구인 동시에 거포다. 시즌 10호로 홈런 공동 2위에 올라있는 프로 동기생인‘미스터 자이언트’ 이대호는 펜스거리가 가장 긴 잠실에서 올 시즌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최준석은 4개의 홈런 중 3개를 모두 잠실에서 기록했다. 11-11로 팽팽하게 맞선 9회 1사1루에서 LG 마무리 신윤호의 2구째 144㎞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 친 기적의 투런홈런이 운 좋게 넘어간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그가 잠실에서 터뜨린 홈런은 모두 영양가 만점짜리다.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그는 0-1로 뒤지던 3회 역전 투런홈런으로 데뷔전을 치르던 두산의 슈퍼루키 김명제에게 프로의 쓴 맛을 안기고 팀을 연패위기에서 구했다. 5년 무명을 벗고 ‘중고 신인’으로 이름을 날리게 한 역전 홈런이었다.
또 다음날 역시 두산과의 3차전에서 4-0으로 앞선 5회 스리런 쐐기포로 3연승으로 다승 1위를 용병 랜들을 좌초시켜 잠실에서 터지는 그의 홈런은 기록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시즌 두 달만에 ‘중고신인’에서 역전 드라마의 ‘히어로’로 거듭난 그가 또 어떤 홈런으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지 기대가 된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위협받기도 했던 최준석은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묵묵히 참고 견딘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변화구 대처능력을 높이고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 기술을 보완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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