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에 대해 문책을 요구한 것과 관련, 일본 정부는 27일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보였다.
야치 차관은 이날 나종일 한국대사와 면담을 갖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태가 조기에 수습돼 양국관계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야치 차관은 일본 기자들에게도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일본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유감 표명에 나선 것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더 이상 사태의 확산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야치 차관의 발언이 취지가 어떻든 간에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치 차관은 그러나 여전히 섭섭한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발언은) 한일 및 한미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의 장에서 행해진 발언이 밖에 새나간 것에 대해 당혹감을 느낀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는 또 “미국이 한국을 믿지 않아 일본이 얻은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기 어렵다는 내 말은 사실을 말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여야간 정쟁에 사용돼 버렸다”고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기본적으로 한국정부가 요구한 야치 차관에 대한 직접적인 문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야치 차관의 이날 유감 표명은 사태 수습을 위한 나름대로의 고육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날 청와대의 문책 요구 사실과 이번 사태의 경위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 여당과 야당, 언론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언론들은 한국의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야치 차관 발언의 시비를 따지기 보다는 노무현 정권의 안전보장정책에 우려를 표시하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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