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전 사형수 김인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전 사형수 김인제

입력
2005.05.27 00:00
0 0

지존파 일당의 엽기적 연쇄 살해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94년 10월. 도박판에서 수천만원을 날린 뒤 여자친구를 납치, 살해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김인제(당시 27세)씨와 친구(25세) 등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김씨의 여자친구 박모(23)씨를 납치해 돈을 뜯기로 공모하고 술집으로 유인, 승용차에서 목졸라 살해한 뒤 야산에 유기했다는 것. 범행 후 박씨 집에 협박전화를 걸었던 이들은 경찰의 전화 발신지 추적으로 검거돼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김씨가 하루하루 초조하게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2002년 말 공범친구는 김씨의 자매 교정위원인 황수경(동국대 강사)씨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자신이 범인이라는 고백이었다. 황씨는 이를 김씨에게 전했으나 “내가 떠안아야 할 일”이라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김씨는 그 해 12월31일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을 받았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황씨는 김씨가 감형되자 “이제 진실을 밝히자”며 간곡히 설득했고, 김씨는 친구의 형량이 추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동의를 했다.

△황씨가 전하는 사건경위는 이렇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고를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성실히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수년간 사귀어 결혼을 약속한 부유한 집안의 여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파혼을 당했다.

사건당일 김씨는 친구와 함께 여자친구를 마지막 만난 자리에서 폭음한 뒤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다. 얼마 후 깨어보니 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숨지게 한 것을 알게 됐다. 친구는 “네가 의심 받을 게 뻔하니 돈을 노린 납치극으로 꾸미자”고 했고, 김씨는 검거된 후 자포자기 심정에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시민단체 ‘희망을 알리는 사람들’(www.hope100.org)은 지난달 황씨로부터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 엊그제부터 사면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민노당 조승수 의원, 배금자 변호사, 박종래 서울대 교수 등 2,000여명이 동참했다. 11년째 복역 중인 김씨는 얼마 전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종합 미술대전 동양화 부문에서 ‘마음의 꽃’이라는 작품을 출품해 특선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이 사건의 진실은 뭘까. 사법당국이 해결할 몫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