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범벅 장수이상교 글, 한병호 그림 국민서관 발행ㆍ8,500원
요즘 나오는 여느 책과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는 그림책이다. 세로쓰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가로쓰기가 일반적이지만, 본래 한글은 세로쓰기 글자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세로쓰기를 했단다. 세로쓰기에 잘 어울리도록 판형을 길쭉하게 만들고 표지도 한지에 인쇄해 예스런 맛을 살렸다.
줄거리는 잘 알려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어리석은 도깨비와 영리한 호박범벅 장수가 나온다. 호박범벅 맛에 푹 빠진 도깨비들 덕분에 부자가 된 범벅장수가 장사를 그만두자 도깨비들이 범벅을 먹고 싶어 온갖 궁리를 한다. 결말은? “언제 먹어 보나, 호박범벅!” “아이고, 먹고 싶은 호박범벅!”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하면 될 것을, 아이고, 불쌍한 도깨비들.
그림이 무척 익살맞다. 귀엽고 바보스런 표정의 도깨비들이나 도깨비들이 데리고 다니는 호랑이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길게 늘어선 장터와 들판 멀리 뻗은 길, 우뚝 솟은 첩첩한 산은 길쭉한 책으로 보니 옆으로 길게 펼친 그림보다 더욱 실감이 난다. 글과 그림, 디자인의 조화를 세심하게 신경써서 만든 책이다. 그나저나 호박범벅이 그렇게 맛있나?
**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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