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으면 LG를 떠나고 싶다.” “차마 눈뜨고 스포츠 뉴스를 못 보겠더라.” “너무 충격이 커 지하철 역도 그냥 지나쳤다.” 26일 프로야구 롯데에 8-0까지 앞서다 11-13으로 ‘황당한 역전패’를 당한 LG 팬들이 구단 홈페이지에 쏟아낸 말들이다.
LG는 올 시즌 명승부의 제물로 유독 많은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5일 잠실 삼성전에서 5-2로 리드하던 8회에 4점을 내주고 5-7로 분패했고, 같은 달 19일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1사 만루찬스를 못 살리고 11회에 홈런을 허용, 7-8로 무릎을 꿇었다. 또 지난 3~5일 두산 3연전에서는 전 경기를 1점차로 역전패하는 악몽을 겪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날인 5일 경기에서는 3-2로 앞선 9회에 20타수 무안타에 허덕이던 두산 홍성흔에게 역전 2루타를 얻어맞아 고개를 떨궜다.
LG 잔혹사의 발단은 2000년5월7일 잠실 두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는 9회말 2사까지 10-5로 크게 앞서며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긴 상황에서 LG는 귀신에 홀린 듯 무려 5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1회 두산 강혁에게 굿바이 안타를 얻어 맞고 허망하게 돌아섰다.
두산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5ㆍ7대첩’으로 불리는 이 경기를 기점으로 서울 라이벌 싸움의 주도권은 LG에서 두산으로 완전히 옮겨졌다. 이후 서울에서의 권력을 서서히 빼앗기기 시작한 LG는 그 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승4패로 패하며 쓸쓸히 시즌을 마감했고 올해도 두산과 상대전적 1승7패를 기록하고 있는 등 5년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의 잇단 참사에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허약한 마운드. LG 이순철 감독은 25일 9-3으로 승리한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8-0으로 앞선 3회에도 번트 작전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을 만큼 투수진에 대한 고민이 깊다. 따라서 마무리 신윤호를 비롯한 불펜 투수들의 일대 혁신이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두산을 꺾을 때까지 팬들을 무료입장시키는 기발한 초강수를 동원했던 LG. 다음 한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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