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아 아이빛그림 사진ㆍ글 이레 발행ㆍ1만1,000원
정신지체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학교 선생님들이 카메라로 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찍었다. 비록 아마추어의 서투른 솜씨이지만, 교실에서 또 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붙잡은 표정들이 재미있다. 장난스럽거나 애교 섞인 ‘살인미소’, 교실에서 투닥투닥 하다가 삐친 순간, 바닷가로 들판으로 놀러간 날의 즐거운 추억, 친구의 휠체어를 서로 밀어주려는 기특한 다툼, 공부에 몰두하는 심각한 표정…. 하나하나 찍어서 모으고 사진마다 짧은 글을 붙였더니 아주 특별한 교단일기가 되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는 그렇게 만들어진,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의 추억을 담은 보물상자다.
신림동의 서울 정문학교 교사 모임 ‘아이빛그림’이 펴낸 책이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단어의 뜻을 가르쳐주기 위해, 아이들 사진을 사물함에 붙여서 누구의 것인지 알게 하려고 찍기 시작한 사진이 나중에는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끈이 되었다고 한다.
정신지체. 남보다 늦되다는 뜻이다. 비장애인들은 그런 아이들을 이상하게 보거나 가여워 한다. 지능이 떨어지는, 그래서 왠지 눈빛도 흐릴 것 같고 할 줄 아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아이들. 하지만 이 선생님들 눈에는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더러 잔잔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쩌면 이 아이들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진 속에 담긴 아이들의 표정에서 사랑스러움을 읽어낼 수 있다면, 행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 세상 사람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프롤로그에서)
제목의 숨은 뜻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에 담겨있다.
“때로는 느리지만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속도로 천천히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제자들에게 선생님과의 시간들이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더없이 아름답게 자라나는 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을 보는 것은 비단 이 책을 쓴 교사들만은 아닐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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