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없는 레바논’의 미래를 결정할 총선이 일요일인 29일 수도 베이루트를 시작으로 한달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선거구를 달리하며 다음달 19일까지 4차례 실시되는 총선은 1975년 내전 발발 이후 15년간 레바논을 지배했던 시리아군이 완전 철수한 뒤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복잡한 종파ㆍ민족 간 이해다툼에서 불구하고 선거가 별탈 없이 진행된다면 레바논은 시리아군 철수가 남긴 정치적 진공상태를 극복하고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레바논이 시리아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이루려면 야권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레바논의 정권교체가 중동지역의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에 결정적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총선은 지난달 취임 후 거국화합 내각을 구성한 나지브 미카티 총리의 ‘결단’에 따른 것이지만, 투표를 코 앞에 둔 지금까지도 선거구 획정문제 등으로 야권과 여권 모두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 시리아파인 야권은 선거구가 시리아군 점령 당시의 선거법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법은 레바논 전역을 5개 대선거구로 나누고 있는데, 이런 선거구제에서는 기독교계 유권자의 목소리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 신자들에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구를 보다 작게 설정해 민심이 제대로 표출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도 야권의 일부 세력들이 친 시리아계인 헤즈볼라 등 여권과 타협하는 바람에 야권의 분열만 노출시킨 꼴이 됐다. 더욱이 1990년대 시리아군에 대항해 ‘해방전쟁’까지 벌였던 기독교 마론파의 미셸 아운 전 군사령관은 야권으로부터도 “믿지못할 인물”로 낙인찍혀 야권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여권의 위기의식은 훨씬 더 크다. 에밀 라후드 대통령과 오마르 카라미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친 시리아계는 반 시리아 분위기로 야권의 승리가 뻔한 선거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일부 야권과 선거방식 등에 합의해 여권은 선거공약은 물론, 일정 자체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 사아드 하리리와 아운 장군 등 출마를 선언한 주요 야권 인사들이 어떤 성적표를 낼 지도 관심사다. 15년간의 프랑스 망명생활을 끝내고 이달 초 귀국한 아운 장군은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히 선거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슬람 수니파를 대표하는 ‘미래운동’을 이끄는 사아드는 서베이루트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등 서방 거물급 인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당선이 무난하다는 평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