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실종 또는 전사한 것으로 돼있던 옛 일본군인 2명이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생존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일본에 귀국할 경우 군법회의에 회부돼 처형될 것을 걱정하는 등 일본의 패전을 모른 채 숨어 살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60년만의 기적 같은 생환을 목도하게 된 일본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주인공은 옛 일본군 육군 제30사단 소속 야마카와 요시오(山川吉雄ㆍ87) 중위와 나카우치 츠즈키(中內續喜ㆍ83) 상병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필리핀 반정부 게릴라들의 거점인 제너럴 산토스 산악지대에서 살아 온 이들은 일본군임을 증명하는 소지품을 갖고 있으며, 현재 필리핀 수사당국의 보호 하에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을 만나 사실 확인을 했으며, 이들은 귀국을 희망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사업가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러나 불안감 때문에 사업가를 피했던 이들은 이달 들어서야 연락이 재개돼 일본 정부관계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섬에 이들 외에도 2명 또는 수십명의 옛 일본군이 더 생존해 있다는 현지 정보에 따라 추가 확인 작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게릴라 출몰로 치안이 불안한 산악지대에서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생활했다. 주민들은 이들이 "신문도 TV도 없는 곳이라서 일본의 발전도 모르고 살았다"며 "그동안 한시도 자신들이 일본 군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속했던 30사단은 전쟁 당시 '표범사단'으로 불렸으며, "가장 가혹한 운명에 처했던 부대 중의 하나였다"고 출신 부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3개 보병 연대를 포함한 16개 부대 1만5,500명으로 구성된 이 사단은 1943년 6월 조선 평양에서 창설된 후 44년 민다나오섬으로 이동했다.
당시 부대 원들은 식량도 없이 처절한 전투를 강요받아 사단 병력의 80%가 전사하거나 행방불명됐다. 이번에 발견된 야마카와씨 등은 미군 전투기의 공습을 받아 뿔뿔이 흩어졌고, 패전으로 사단이 철수할 때 합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들의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에 있는 30사단 출신 동료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한 노인은 몇 번이나 "안심하고 돌아오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들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환영도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옛 일본군 오노다 히로(小野田寬郞ㆍ당시 51세) 소위가 필리핀에서 생환했을 당시 일본 국민들은 그의 '군인정신'에 감명받아 열광한 적이 있다.
오노다씨는 패전을 알린 일본의 전단을 읽고도 종전을 믿지않았으며, 74년 과거 직속상관으로부터 투항명령서를 받고 나서야 필리핀 정글을 나왔었다.
이들이 생환할 경우 72년 미국 괌에서 생환한 요코이 히로이치(橫井廣一ㆍ당시 56세ㆍ1997년 사망)씨와 오노다 등을 포함해 1955년 이후 귀국한 옛 일본군인ㆍ군속은 2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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