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여류 작가가 쓴 요리책이 중동지역 특유의 맛으로 미국인들을 현혹시키고 있다”(AP통신) “아랍계 미국작가의 끝없는 정체성 찾기”(샌프란시스코 클로니컬)
미국 내 대표적인 아랍계 여성작가 다이아나 아부 자베르(45)씨가 최근 요리책을 출간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클라마의 언어’라는 이 책에는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아랍 요리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아부 자베르씨의 인생이 조명되면서 미국사회에서 겪는 아랍계 이민 2세대들의 정체성 혼란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바클라마는 꿀과 피스타치오로 만든 아랍식 케이크를 가리킨다.
아부 자베르씨는 요르단 출신 아버지와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게 “아랍인임을 명심하라”는 가훈을 듣고 자랐지만 주변 친구들은 “너는 미국인이고 스스로도 미국인이 되길 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자랐다. 지금도 내면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아부 자베르씨의 작품에는 언제나 미국에 사는 아랍인의 삶이 등장한다. 주로 이라크나 요르단에서 온 사람들이다. 유머러스하고 변덕스러운 등장인물이 자신의 성격과도 흡사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1993년 첫 소설 ‘아라비안 재즈’를 펴낸 그는 2003년 작 ‘초승달’이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가 선정한 ‘올해의 가치있는 소설 20권’로 꼽히면서 유명해졌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이라크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초승달’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아랍계에 대한 정서가 최악이었을 때 출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자들이 이라크의 피의 역사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편지를 보낼 때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펜(PEN)문학상을 받는 등 아랍계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소설을 쓰면서 미국인의 아랍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내 소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아랍인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종교적 영혼을 가졌으면서도 세속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기도를 했어요. 아버지는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믿음의 대상이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고 했지요. 나는 개신교도였다가 지금은 성당에 다닙니다. 이슬람과 코란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내 종교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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