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압박에 나선 징후가 보인다. 미 본토의 F-117 스텔스 전폭기를 훈련 명목으로 대거 한국에 배치하고, 북한에서 진행하던 한국전 미군유해 발굴을 갑자기 중단한 것이다.
내놓고 대북 압박을 말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일 조치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이 6자 회담재개 등 북핵 해결에 도움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스텔스 전폭기 이동배치가 통상적인 한반도 지형숙지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훈련은 북한 핵시설 등 전략 목표물 정밀폭격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다.
또 연례 훈련이라지만 2003년 이전에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때 예외적으로 취한 군사적 대응이다. 미국의 의도와 관계없이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라고 반발할 만한 것이다.
특히 미 국방부가 오랫동안 별 탈없이 진행하던 유해 발굴을 중단하면서,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미군 작업인력의 안전이 위태로워졌다고 언급한 사실은 주목된다. 이런 설명은 대북 제재 등 상황 악화에 따라 작업인력이 볼모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를 낳았다.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한층 우려되는 이유다.
북한의 핵 관련 추가행동을 막고 대화 복귀를 재촉하기 위해 정치적 압박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평화적 해결원칙을 거듭 다짐한 마당에 어떤 형태든 군사적 압박은 삼가야 한다.
원래 군사훈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위협 수단이다.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는 이미 하던 훈련도 중단하는 것이 흔히 전제조건이 된다. 이런 상식에서는 대화를 한층 어렵게 할 수 있는 미국의 움직임에 우리정부가 무심한 듯한 모습은 어색하다. 국민의 쓸데없는 불안감을 막기 위해서라도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원칙에 충실한 대응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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