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프랑스에서 실시하는 유럽헌법 비준 국민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랑스-영국간에 투표 지속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7일 프랑스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유럽헌법 비준 국민투표가 일정대로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프랑스가 유럽인의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것처럼 보여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프랑스에서 국민투표가 부결된다면 내년에 예정된 영국의 국민투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반대 여론이 강했던 영국으로서는 프랑스에서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잘해야 본전이 될 국민투표를 강행할 이유가 없다. 양국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이유는 유럽헌법 비준이 무산될 경우 발생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다.
2007년 발효를 목표로 하는 유럽헌법은 유럽연합(EU) 내의 모든 국가에서 비준받아야 한다.그러나 프랑스의 여론은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국영 TV에 출연해 필사적으로 찬성표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여의치 않다. 24일 여론조사 결과 반대입장을 밝힌 유권자는 54%에 이른다.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 부담은 커지면서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과 터키까지 EU가 확대돼 인건비가 싼 이들 국가의 노동자들이 몰려오면 현재 10%가 넘는 실업률이 더욱 높아지고, 다른 국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프랑스식 복지사회 모델도 상당히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통합에 앞장섰던 프랑스 정치권은 국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인접국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최악의 경우 유럽헌법을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비난 여론을 홀로 뒤집어 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1일 국민투표가 예정된 네덜란드, 내년 예정인 영국도 유럽헌법 반대여론이 과반을 넘고 있다. 각국의 국민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다른 국가들도 반대한 모양새가 된다는 계산이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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