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빛은 황홀하다. 배에 있는 발광 세포가 빛을 낸다.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제라는 성분이 산소와 작용해 일어나는 일종의 산화 에너지로, 발광색은 황색 또는 황록색이다. 반딧불이의 몸은 커야 2㎝를 넘지 않는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성충에 이르는 기간은 약 1년으로 애벌레는 다슬기 등을 먹고 자라지만 성충이 되어서는 이슬 한 두 방울만 먹고 반딧불을 밝히며 구애만 하다가 1~2주만에 죽는다고 한다.
한여름밤 냇가 위를 떠도는 자그마한 불빛들. 점점의 불빛들이 남기는 곡선의 궤적이 황홀하다. 개똥벌레들의 군무. 어둠을 없앤 가로등 불빛과 농약으로 찌든 오염에 사라져 간 풍경이다. 반딧불이가 아직 남아 있다면 그 곳은 청정의 땅. 살아 있는 반딧불이가 지금 더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내달 4일부터 11일까지 전북 무주에서는 청정 환경의 잣대인 반딧불이를 소재로 대향연이 열린다. 올해로 아홉 번째인 ‘무주반딧불축제’는 8월에 열리던 예년과 달리 애반딧불이의 출현 시기에 맞춰 6월로 시기를 앞당겼다. 애반딧불이는 늦반딧불이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개체 수가 많아 밤하늘 유영하는 반딧불의 군무가 더욱 화려하다. 또 이번 축제에는 무주군의 태권도 공원 유치를 기념, 태권도 체험 행사 등 큰 행사도 곁들여진다. 중국의 소림 무술 시연도 그 중 하나.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해도 야생 상태의 반딧불 구경가기. 반딧불 생태 탐사는 무주읍 용포리와 부남면 굴암리를 휘감아 흐르는 금강 상류인 남대천에 4대의 배를 띄워, 배를 타고 물가의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는 뱃길 탐사와 이 지역의 강변길을 거닐면서 구경하는 도보 탐사 등으로 진행된다.
축제 개막일인 4일부터 매일 오후 7시 30분에 셔틀 버스가 탐사 장소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뱃길 탐사와 도보 탐사는 오후 8시 10분께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뱃길 탐사는 인원이 한정된 터라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뱃길이 아닌들 어떠하랴. 강변길을 도는 도보 탐사 역시 뱃길 탐사 못지않게 반딧불이의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사 형설지공(螢雪之功)에서 착안, 반딧불이를 모아 책을 읽는 실험도 일반인에게 흥미로운 대목이다. 반딧불의 밝기는 대략 500~600㎛의 파장을 지녀 약 20여 마리의 반딧불이를 모으면 책의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무주예체문화관 대공연장에 조성된 곤충생태관에서는 반딧불이는 물론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을 관찰할 수도 있는 자리다. 세계 희귀 곤충인 브라질 물포나비, 헤라클레스 장수풍데이 등도 전시된다. 축제장에 마련된 접수 창구에 신청하면 탐사에 참가할 수 있다.
‘사랑의 다리’로 불리는 무주 남대천교는 이번 축제 기간 반디은하수 터널로 거듭난다. 120m 길이의 다리 위에 11만개의 전구를 휘감아 축제의 밤마다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다양한 공연이 축제 풍경을 더욱 무르익힌다. 4일에는 개막 공연으로 ‘트로트 대축제’가, 5일에는 ‘7080 포크송 향연’이, 6일에는 ‘보훈 가족 위안의 밤’ 행사가 열린다. 7일에는 평양민속예술단 공연, 8일에는 국립국악원의 ‘국악 한마당’이 펼쳐진다. 9, 10일 ‘반딧불동요제’, ‘반딧불가요제’에 이어 11일에는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폐막 축하공연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기간중 무주 등나무운동장과 남대천변 등 2곳에는 야외 영화관이 조성된다. 특히 분수에서 뿜는 물방울을 자막으로 하는 워터스크린 영화관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남대천변의 행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축제 기간 매일 밤 10시부터 최근 개봉작들이 상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무주반딧불축제준비위원회 (063)324-2440 www.firefly.or.kr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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