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세워질 것으로 보이는 줄기세포 은행은 한 나라가 아닌,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미국 측에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줄기세포은행을 한국에 설치해 운영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한국의 줄기세포은행에서 보관하면서 이를 다시 세계 각국에 연구용 등으로 분양하는 방안을 말한다.
지난해 5월 영국 하트퍼드셔에 세계 최초로 문을 연 줄기세포 은행은 영국정부 지원금 4,000만파운드(약 800억원)로 국립생물표준연구 통제연구소(NIBSC) 안에 만들어졌다. 런던 킹스칼리지와 뉴캐슬의 생명센터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를 받아 보관해 이를 자국 연구자들에게 분양하는 것이 이 센터의 역할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자국의 줄기세포 연구자를 위해 6개국 연구팀에서 받은 78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보관하고 있다. 아울러 NIH는 영국의 줄기세포 은행 설립 직후 장소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미정으로 남겨둔 채 "줄기세포 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미국 측(NIH)이 황 교수팀에게 한국 내 줄기세포은행 설립 제안을 한 것은 미국 내 격렬한 논쟁을 피하면서 영국을 견제할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제 공동 줄기세포은행이 설립되면 개별국가의 이익이 아닌 '인류의 공동 선(善)'이라는 줄기세포 연구의 명분을 내세우기도 용이해진다.
황 교수는 간담회에서 "내년 가을 정도면 국민이 기대하는 '제1막'을 내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해 후속 연구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1막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려우나 전체 2막 중 1막이 끝난다는 뜻"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아울러 "너무 우리 것을 고집하다 보면 (발전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어 붙이려는 일종의 국수주의에 빠질 수 있다"면서 "각 분야에서 앞서가는 세계의 연구기관이 우리와 공동 연구를 원한다면 국익 차원의 윈-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국제공동연구 협약팀을 운영하고 올해 줄기세포 분화연구에 1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황 교수팀 연구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기대보다 폭 넓고 구체적이어서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연구의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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