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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사람만큼 반가운 고향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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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사람만큼 반가운 고향의 나무들

입력
200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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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내려가지 못했다. 한번은 원고가 밀려서 이고, 또 한번은 다른 일 때문이다. 엊그제는 30년쯤 전에 한 골짜기 안에 잠시 이웃해 살던 일가의 동생이 고향에 다녀왔다며 ‘아이러브스쿨’ 사이트를 통해 이런 쪽지를 보내 왔다.

“어제 고향에 간 김에 아주 예전에 살던 오빠네 집 골 안에도 들어가 봤어요. 오빠 집 앞에서 오빠 어머니하고 이야기하며 머위도 뜯어오고요. 오빠 집 마당가에 어릴 때 보았던 농류나무(자두나무)와 배롱나무가 그때보다 더 큰 채로 그대로 서 있어서 참 반가웠어요.

고향에 가서 오래 전에 알던 사람들을 만나도 반갑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나무들이 옛날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는 걸 바라보는 것도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 다시 내려갈까 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아니, 조금 더 참았다가 우리 고향에서는 추석만큼이나 큰 명절이고 축제인 단오 때 아주 여러 날 동안 내려갔다가 와야지 하고 생각을 바꾸었다. 옛날에는 추석빔 설빔처럼 단오 때에도 단오빔이라고 해서 시원한 여름옷 한 벌 얻어 입었는데, 나도 그때 새 옷 한 벌 입고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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