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정보기술(IT) 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행정지도의 성격과 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내전화 시장에서의 KT와 하나로텔레콤의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 사상 초유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KT가 즉각 행정소송 제기를 선언하게 된 배경에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로부터 무려 1,15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KT는 26일 “정통부의 유효경쟁 정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공정위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만큼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적인 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KT가 지도 감독 기관인 정통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감내하면서까지 행정소송에 나선 것은하나로텔레콤과 설령 가격 담합을 했다 해도 이는 정통부의 ‘뜻’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논란은 2002년 11월 당시 정보통신부 한모 국장이 KT, 하나로텔레콤 임원을 불러 “하나로텔레콤이 시내전화 요금 덤핑에 나서면서 비롯된 시장의 과당 경쟁을 지양해달라”고 ‘행정지도’를 한데서 비롯됐다.
이후 KT는 정통부의 ‘과당 경쟁 지양’ 지침에 따라 다음해 6월 하나로텔레콤이 시내전화 요금을 인상하면 반대급부로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을 해마다 1.2%씩 이관해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공정위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단순한 ‘권고’에 불과하고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담합과는 무관하다”며 “그렇지만 KT가 하나로텔레콤과 요금에 대해 합의한 것은 공정거래법상의 명백한 가격 담합 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KT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를 이행하려면 하나로텔레콤과 요금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정통부의 행정지도에는 문제가 없고,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곤혹스럽기는 정통부도 마찬가지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보통신부 장관은 효율적인 경쟁체제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 통신사업자들과 관행적인 협의를 해왔다”며 “이번 심결을 계기로 사업자들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정부 주도가 필요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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