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 서방으로부터 고립된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중국의 지지를 다시 확인했다.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중국 방문에 나선 카리모프 대통령은 6억 달러 규모의 석유개발 합작사업에 합의했다고 밝히는 등 중국과의 공고한 유대를 과시했다. 중국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영접하며 카리모프 대통령을 환대했다.
카리모프의 방중은 13일 안디잔의 유혈사태를 시작으로 우즈벡에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이뤄진 외국 방문이다. 우즈벡 정부 공식 집계로만 169명, 인권단체 주장으로는 1,000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유엔이 진상 파악을 위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는 등 국제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전통적 우호 세력을 찾아나선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에 역행하며 우즈벡 정부의 강경진압 조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중앙아시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테러리즘, 분리주의, 원리주의를 격파해야 한다”며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내정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카리모프 대통령을 편들어주었다.
석유매장량이 6억 배럴에 달하는 우즈벡과의 에너지 협력을 위해서 라면 인권침해 문제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도 안디잔 사태의 국제 조사에 반대하며, 우즈벡의 현 정권을 옹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6일 중국이 석유ㆍ가스 공급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이고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시민혁명 도미노가 중국의 위구르족 자치지역인 신장(新疆)의 분리운동에 미칠 영향 때문에도 우즈벡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ㆍ러는 중앙아시아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해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에 2000년 우즈벡을 합류시켰다.
중ㆍ러가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카리모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우즈벡에 군사기지를 확보하고 ‘테러와의 전쟁’ 수행에서 우방 관계를 지속했으나 이번 반정부 소요사태에 관한 한 카리모프 정권에 거리를 두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은 미국이 응징하거나 고립시키는 국가들과 외교ㆍ경제ㆍ군사적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아시아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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