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최근 “미국이 한국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북핵 정보를 한국과 공유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 있는 관료의 무책임한 언동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야치 차관 문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일일현안점검회의를 갖고 “야치 차관의 발언은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무례한 처사”라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을 경우 내달 하순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던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되는 등 한일 관계가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관련기사 3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발언은 향후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묵과할 수 없으므로 심각하게 논의했다”면서 “더구나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고위 외교관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신뢰 문제 등을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한일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먼저 일본의 조치를 지켜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 한일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오후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청사로 불러 야치 차관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재발 방지 등의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외교부 이규형 대변인은 성명에서 “야치 차관의 발언은 외교 관례상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기존의 한ㆍ미ㆍ일 공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라면서 “일본 정부가 공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일본의 최고위 외교 실무책임자가 한미관계의 신뢰를 언급하는 것은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는 자기 본분을 넘어선 무책임한 발언으로 한일관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야치 차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치 차관은 11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들과의 면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ㆍ미ㆍ일이 협력해야 하나 한국은 북한쪽으로 좀 더 치우친 것으로 보이며 미국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고 있어 일본이 미국에서 받은 정보를 한국에 주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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