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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시각장애인 체육대제전/ "좌절은 없다, 희망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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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시각장애인 체육대제전/ "좌절은 없다, 희망을 봐요"

입력
200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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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던 26일 오전 11시 경기 의정부종합경기장. 제1회 전국시각장애인 체육대제전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500여명의 선수들이 형형색색 고장을 나타내는 유니폼을 입은 채 경기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선수들이 계단과 경사로를 지나 경기장에 들어온 뒤 트랙을 한바퀴 도는 모습은 무척이나 불안했다. 엉금엉금 걷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구경 나온 인근 주민들은 “저 사람들이 경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다.

그러나 점심 식사 후 트랙 위에 올라선 시각장애인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 ‘전맹(全盲)’ 100㎙ 달리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출발선에 각자의 ‘가이드’와 함께 나타났다. 일반인인 가이드는 선수들이 뛰다가 레인을 벗어나 서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와 50㎝ 길이의 끈으로 손목을 묶거나 팔짱을 낀 채 같이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탕’ 하는 총소리가 울리자마자 선수들이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놀랍게도 기록은 13~14초대였다. 일반인들도 내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14초45로 2등을 차지한 목포은광학교 강행원(42)씨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동메달에 그쳐 아쉬웠는데 이번 성적에 대만족”이라며 활짝 웃었다. 강씨의 가이드이자 스승인 오준택(36)씨는 “1등은 못 했지만 기록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며 강씨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인근 풋살경기장에서 열린 부산맹아학교와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축구경기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인 못 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일반인 골키퍼 1명을 제외한 시각장애인 선수 4명은 공을 찰 때마다 들리는 구슬소리와 경기장 밖에서 “슛 때려라” “몇㎙ 남았다” 라며 선수들을 지시하는 코치의 고함 소리에 의지해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몸싸움까지 벌였다.

간혹 헛발질도 하고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공의 방향을 정확히 쫓아갔다. 응원단과 시민들은 선수들의 날렵한 움직임에 놀라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축구선수 윤종석(35)씨는 “‘앞 못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을 찰까’ 하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장애인들도 노력만 하면 대부분의 스포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전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김수경(52) 회장은 본부석에 앉아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 회장은 “10만 여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마음 놓고 운동할 시설이나 기회가 없어 신체적으로 허약해지고 사회성도 점점 떨어진다”며 “앞으로 시각장애인의 특수성에 맞는 체육시설 건립에 정부가 적극 나서 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육상 축구 유도 등 7종목의 경기가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28일 마라톤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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