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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개성 패션쇼 현장/ "화려한 의상·시끄러운 음악에 정신 없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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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개성 패션쇼 현장/ "화려한 의상·시끄러운 음악에 정신 없습네다"

입력
2005.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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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들의 화려한 의상과 몸놀림, 시끄러운 음악과 불빛, 한 마디로 정신이 없습네다.”

㈜신원이 의류업체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피복전시회’(패션쇼)를 개최한 26일 오전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내 신원 공장은 ‘피복전시회’를 알리는 에드벌룬과 플래카드로 아침부터 들뜬 분위기였다. 북쪽 출입국관리소와 세관 지역(CIQ)을 통과한지 2~3분 만에 도착한 2층 건물 앞에서는 화사한 한복 차림의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반갑게 남쪽 손님들을 맞았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패션쇼가 시작되자 탤런트 김태희씨 등 총 20여명의 모델들이 무대에 올라 20여분간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다. 이날 선보인 봄ㆍ여름 의류 100여 점 중 절반 가량은 개성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김태희씨가 개성공장에서 생산된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경쾌하게 워킹을 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행사에는 박성철 ㈜신원 회장을 비롯,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딸 영이(21)씨,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등 남측 인사 500여명과 개성공단 개발을 위한 북측 주체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련 인사 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 내내 우리측 인사들과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밝은 표정이었다.

박 회장은 개회사에서 “94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북한 땅에서 패션쇼까지 열줄생각도 못했는데, 오늘 현실이 됐다”며 감격해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행사를 계기로 개성이 경제, 문화,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남한 손님을 맞던 이 공장 근로자 정필여(34ㆍ여)씨는 “남북이 힘을 합쳐 좋은 옷을 만들게 돼 기쁘다”며 “아직은 기술이 서툴지만 열심히 일해 세계에서 1등 가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설혜숙(25ㆍ여)씨는 “우리는 고상한 옷을 좋아하는데 남한 여성들은 몸이 많이 드러나고 꼭 끼는 옷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신기해 했다. 신원 개성공장에는 5개 라인에서 총 274명의 북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50% 가까이가 대학 졸업자다 이들은 1인당 월 57.5달러(약 6만8,000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일한다.

신원은 지난해 6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돼 올 1월 1,300평 규모의 개성공장을 완공했으며, 총생산량의 20%(월 2만개) 가량을 개성공단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동취재단

■ 박성철 신원 회장

박성철(65) ㈜신원 회장은 개성공장에서 패션쇼가 진행되는 동안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회장은 “95년과 96년 북한에서 임가공 형태로 의류를 생산한 적이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의 손재주가 너무 뛰어나고 노동의 질이 우수해 언젠가 반드시 북한에 공장을 세우리라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개성공장을 세운다고 했을 때 말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소통도 잘되고 물류비도 절감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노동자들과 깊은 인간애를 느끼며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개성공장의 큰 장점”이라며 “북한 노동자들이 점심시간 종이 울려도 10분~20분 더 일하며 마무리를 짓고 점심 먹고도 일찍 돌아와 일할 만큼 애사심이 높다”고 자랑했다. 박 회장은 “5개 라인을 가동중인 개성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이 600장으로 서울의 800~1000장에 비해 벌써 60~80% 수준”이라며 이같은 노력 덕분에 공장 가동 넉달 만인 지난 4월에 벌써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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