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생활을 하는 곳이 이곳 몬트리올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 전 나물을 캐오셨다는 아랫집 한국 아주머니께서는 산나물 한 봉지를 주시면서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해서 먹으라고 하셨다.
한국에서는 손쉽게 슈퍼에서 사먹던 것인데 이곳에 살다 보니까 직접 만들어 먹는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요즘은 김치를 사서 드신다는데, 이곳에선 김치는 물론이고 각종 장아찌를 담그고 떡, 수정과, 약밥, 육포, 등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고, 아는 사람들과 나눈다.
아는 집 아들 딸이 결혼한다고 하면 주변 지인들은 폐백음식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결혼식에 필요한 일을 한가지씩 맡아 도와준다. 장례식도 마찬가지로 주변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도와준다.
이사를 하게 될 경우 역시 아는 사람들 손으로 해결된다. 한국의 시골 마을에서나 가능한 품앗이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생활의 폭이 좁은 곳이다.
토론토나 밴쿠버에 비해 작은 규모의 한인 사회이기 때문인지 남의 집 사정을 너무 잘 알게 되어 버린다. 때로는 직접 알고 지내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까지 듣게 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는 사람인 경우도 허다하다.
누구 집 아이가 어느 대학을 갔고, 어디서 놀고, 인사를 잘하고, 남자친구가 있고 없고…. 몬트리올에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남의 그런 사정까지 듣게 되는지 기가 막힌다. 한국은 오히려 이웃에 관심도 없이 사는데, 몬트리올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아직은 매년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인지, 이곳과 서울의 생활차이가 더욱 민감하게 와 닿는다. 이곳 몬트리올의 생활은 한국의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 이민온 뒤 10년이 넘도록 생업 때문에 한국에 못 가보신 분도 꽤 많다.
10여 년 만에 한국을 다녀오신 분 말씀을 듣다 보면, 많이 놀라신 모습이 역력하다. 매년 방문하는 나도 한국에 가면 이곳에서 몸에 배인 촌스러움 때문에 서울의 화려함에 적응을 못했었는데, 그분의 10년 만의 한국방문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소박한 이곳 몬트리올의 생활이 그리우셨다고 하시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보인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나라에 자리잡은 한인사회에서 오히려, 한국의 옛 풍습과 먹거리를 선호하고, 이웃의 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경희/ 캐나다 몬트리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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