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이름없는 산야와 골짜기에 흩어진 문화재라도 선생의 따스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것입니다.”(유고집 ‘신라의 얼 찾아 한평생’에서) 한국 고고학계의 선구자이자 평생을 신라문화재 발굴 및 보존에 헌신한 석당(石堂) 최남주(崔南柱ㆍ1905~1980)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28일 열린다.
경주 토박이인 최 선생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주도한 신라 적석목곽분 발굴 작업에 유일한 조선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당시 한국을 찾은 고고학자 스웨덴 구스타프 아돌프 6세 황태자와 함께 금관을 수습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조선총독부는 적석목곽분에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瑞典)’의 서(瑞)와 출토된 금관 봉황 장식의 봉(鳳)자를 따서 서봉총(瑞鳳塚)이라고 이름붙였다.
최 선생은 이후 경주 외동면 원원사지석탑을 복원했으며 남산신성비를 발견해 신라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했다. 한국전쟁 중에도 사재를 털어 문무왕릉 비각을 건립했던 그는 말년에도 경주 곳곳을 답사하며 문화재보존 연구에 전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7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서봉총 발굴 당시 구스타프 황태자와 맞은 인연으로 72년에는 스웨덴 왕실 최고 훈장인 바자훈장을 수훈했으며 75년 스웨덴 왕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 선생의 삼남 최정필 세종대 박물관장은 “아버님은 평생 물욕을 멀리 하시고 오로지 경주의 신라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치신 분”이라며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재를 발굴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애국의 길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28일 오후3시 경주시 충효동 김유신 장군묘 입구에서 열리는 기념식에는 임효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손학규 경기지사,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다. 생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기념유고집 ‘신라 얼 찾아 한평생’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린다. 문의 (02)2263_5631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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