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 없는 그가 이 광경을 볼 순 없지만, 소년의 꿈은 이뤄졌다. 암과 투병하던 올리버 티블스. 유난히 기차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일곱 살 소년. 뇌종양으로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그의 이름을 딴 통근열차 ‘올리 티블스 익스프레스(the Ollie Tibbles express)’가 24일 시카고 유니언 역을 출발, 소년이 살던 다우너스 그로브의 메인 스트리트 역까지 처음으로 운행했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10여 개 노선으로 이뤄진 철도업체 메트라 열차는 그동안 운행구간에 있는 마을 이름을 딴 열차를 선보인 적은 있으나 어린이의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이이라고 전했다.
소년의 엄마 데비 티블스씨는 이날 “아들의 이름이 열차에 붙여진 게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큰 의미”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리는 손에 항상 사탕 단지가 들려있던 장난꾸러기 아이였어요. 병마와 싸우느라 고생했지만 항상 행복해 했어요.”올리의 방은 기차세트로 가득했으며 잠옷도 기차 무늬였고 ‘기관차 엔진 조립하기’ 비디오를 시청하는 게 취미였다. 글을 읽지 못하는데도 기차 잡지를 정기 구독했을 정도로 애정이 컸다.
언젠가 엄마가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묻자 아들은 “기차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엄마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가 되겠다는 말이지?”“엄마는 바보! 기차가 되고 싶다고요.” 뇌종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올리는 복도의 줄무늬를 기차 철로로 여기며 즐거워했고 그때나마 버거운 암 투병을 잊을 수 있었다.
2003년 올리의 담당의사는 이 천진난만한 환자를 위해 ‘메이크어워시 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중병을 앓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비영리 재단이었다. 재단은 올리를 위해 특별한 기차여행을 마련했다. 병세가 심해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올리는 다우너스 그로브까지 메트라 기관차를 탔는데, 도착 당시 수백 명의 동네 사람들이 붉은 손수건을 흔들며 소년을 맞아줬다. 올리가 사라진 뒤 가족들은 고마움을 잊지않고 재단의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21일 재단 기금마련행사에 초청된 올리의 엄마는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아들의 이름이 씌어진 열차가 깜짝 공개됐기 때문이다. 메트라 대변인은 “작년에 인도된 새 열차이며 평균 운행기간은 30년 이상”이라고 밝혔다. 엄마는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기차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내 아들이지요. 그곳에서 올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겠지요? 30년, 50년 기차가 달리는 동안 수많은 승객이 아들의 이름을 본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 사람들이 열차 이름을 볼 때마다 작은 소년 올리를 잠시나마 생각할 것 아닙니까.”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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