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시골집에서 형제들이 술을 마실 때 둘째 형님이 부엌에서 깐 더덕을 가져와 그것을 잘게 찢어 잔에 넣고 그 위에 술을 부어 마시는 것이었다. 즉석 더덕주라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정말 향긋한 더덕 향이 우러났다.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나서 소주 한잔 하려는데, 식탁 한 귀퉁이에 낮에 내가 단지 정원에서 주워온 매실이 보였다. 나무에 매달려 있지 않고 중간에 떨어지는 열매는 부실한 열매들이다.
꽃이 100송이 핀다면 그 중에 수분이 되어 열매를 맺는 게 10분의 1쯤 되고, 끝까지 나무에 매달려 익는 것은 다시 그것의 3분의 1 정도 된다. 나머지는 중간에 다 떨어지고 만다. 그러지 않으면 나무가 견뎌내지 못한다.
그렇게 풀밭 위에 떨어진 열매도 내 눈엔 여간 예쁘지 않아 그 중 굵은 것 여남은 개를 주워와 그릇에 담아놓았는데, 어젯밤 즉석 매실주를 만들어 마셨다. 따로 무얼 준비할 것도 없이 열매에 슥슥 칼자국을 내고 위에 술만 부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매실향이 나더냐고? 그건 묻지 말고 각자 해보시길. 향이 나는지, 안 나는지. 그래서 소주가 입에 짝짝 붙는지, 안 붙는지.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